▲청년 여성 내에 다양하게 교차하는 현실은 더 드러나야 한다. 사진은 2021년 11월 열린 한국여성노동자회 주최 토론회 홍보물
한국여성노동자회
- 요즘 코로나19로 청년여성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공감하시나요?
"네. 전 직장이 주로 계약직, 파견직이었어요. 최근에 국비 지원 프로그램으로 플로리스트 수업을 듣고 있는데, 주변에 들어보면 은연중에 우울증이 있어서 회사 그만 두고 꽃 배우러 오는 분들이 4명이 있었거든요. 이렇게 체감이 될 정도면 정말 만연한 문제구나 싶어요. 그런데 '슬프다' 이런 감정이라기보다 저한테는 그냥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에요. 20~30대 여성 자살률이 높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대학을 나와서 취업을 하고, 이런 사람들인지 구체적인 계층이 더 궁금하긴 해요."
- 지금까지 10여 년 일해오시면서 고졸 노동자의 노동환경 중 우선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셨던 것이 있나요?
"20대 초중반에는 파견직 공고가 엄청 많아요. 그런 일자리들은 대부분 20대를 쓰고 싶어 하기 때문에 30대가 되는 순간 일이 딱 끊기는 걸 체감해요. 일하는 과정에서도 쉽게 사람들이 잘리고 처우에 대해서 책임지는 주체가 없죠. 일하면서는 같은 직원인 것처럼 행사 참석을 하라거나 그런 분위기를 요구하지만, 막상 일하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냥 편하게 관리하는 하청 업체 직원일 뿐이에요. 전에 일했던 한 회사에서는 2년 파견 이후에 정규 계약직원이 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평가 체계가 감시 도구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견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접 고용이 꼭 필요해요."
- 사내 계약직으로 전환해준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평가와 감시만 강해진 거네요. 일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나요?
"제가 게임회사에서 CS 업무를 담당했는데, 따로 쉬는 시간 자체가 없었어요. 그냥 알아서. 옆자리 사람이 화장실을 가면 나는 무조건 앉아 있어야 하는 거죠. 나 혼자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서버가 터지면 5분 동안 민원 전화가 300통 넘게 오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폭증해도 일상 업무는 그대로 지속해야 하고요. 서버가 터진 것에 대해 불만인 사람들이 어마무시한 성희롱을 하기도 하고, 한번은 '너네 회사 찾아가서 아무 여자나 찔러 죽이겠다'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어요. 그런 전화에 '죄송합니다' 하고 끊는데, 그 사람이 상담사가 전화를 먼저 끊었다고 본사에 메일을 보낸 거예요. 그 이후에 모든 상담을 녹취하는데, 그게 노동자를 보호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감시하기 위한 거였죠."
- 노동권이 보장되는 것 이전에, 그걸 얘기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 배우고 있는 플로리스트 과정도 비슷해요. 같이 공부한 사람들이 호텔 결혼식장 실내장식 알바를 나갔어요. 결혼식에는 꽃이 엄청나게 중요한데도, 작업공간조차 따로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주차장 같은 곳에서 꽃 컨디셔닝을 했고, 작업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였는데,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앉을 의자도 없었대요. 직원이 '어지러우면 의자를 갖다주겠다'고 했다더라고요. 주차장에서 쪼그려 앉아서 일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작업을 하라, 앉지 말고 서서 일하라고 하고요. 새벽시장에서 꽃을 사 오는 것부터 여러 작업 과정이 있는데, 완성작만 짠하고 남고 그런 노동들은 싹 지워져 버리는 것 같아요."
- 여성노동자가 추가로 겪는 문제점이 있을까요?
"앞서 말한 성희롱 등의 성폭력 위험뿐 아니라 여성들이 계속 부딪히게 되는 일상적인 수준의 문제들이 있어요. 일터 내에서 성차별적이거나 불평등한 상황들을 보면서 이걸 참아야 할지 문제를 제기해야 할지 고민 들 때가 많죠.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체념하게 되기도 하고, 아무래도 일을 지속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죠. 여전히 일터에 남성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CS 업무를 했던 회사에서도 남성 직원들은 파견직이어도 우르르 나가서 담배를 피우면서 여러 가지 교류를 하더라고요. 언제쯤 인사공고가 나오니 접수해봐라 등 공적인 정보들이 그 자리에서 나오는 거죠. 그럼 여성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밀려나는 거고요."
1) <코로나 우울, 20대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여성신문, 2020년 9월 17일.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403
2) <한국의 사회 동향 2021>, '코로나19와 청년 노동시장',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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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되니 일이 뚝... 만연한 우울증도 당연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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