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겪고 나니 매출은 이전보다 더 늘었다.
envato elements
소극적이었지만, 광고를 하면서 매출은 늘었다. '아, 이래서 다들 돈을 들여가며 광고를 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몇 달 광고비대비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유입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쇼핑몰에 위기가 왔던 적이 있다. 제품명으로 검색하니 우리 쇼핑몰이 첫 페이지에서 10페이지쯤 밀려난 것이다. 가장 많이 팔리고, 리뷰수도 가장 많은데, 가장 뒤로 밀려나다니.
이유는 쇼핑몰 카테고리 강제이동 때문이었다. 카테고리별로 관련도에 따라 노출순위가 달라져 한참 뒤에 가서야 우리 쇼핑몰이 나왔다. 우리 제품의 원래 카테고리는 생활용품이었다. 강제 이동된 카테고리는 가전이었다. 가전 카테고리는 세탁기, 냉장고만 있는 줄 알았지 건축자재가 포함될 줄은 몰랐다.
온라인 쇼핑몰을 3년간 운영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고, 카테고리를 강제 이동 시킬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고 알아보니 일부 판매자들이 첫 페이지 노출을 노리기 위해 관련 없는 카테고리에서 제품 올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카테고리 정비를 한다고 했다.
좀 억울했다. 우리 제품은 가전이 아니었다.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도 아니었다. 판매자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 제품이 가전으로 이동된 이유는 전기를 쓰는 제품의 부속품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번 강제이동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우리 제품명에 해당하는 상품이 전부 카테고리 정비 중이고, 며칠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동이 완료된 후엔 쇼핑몰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만약 다시 첫페이지로 돌아온다고 해도, 그 며칠간의 매출은 누가 책임지겠는가. 눈앞이 캄캄했다.
우리는 단일 제품만을 취급했다. 다양한 제품을 취급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영향이 적을 텐데, 우리만의 속도로 천천히 신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 이렇게 되어버렸나 싶어서 속상했다.
고객센터의 답변만 듣고 있기엔 답답해서 해결 방법을 위한 방안을 찾으러 여기저기 자문을 구했다.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광고 상품이 다양한데, 제조사이니 브랜드 광고를 할 수도 있었고, 키워드 광고 상품도 있었다. 다만 비용이 다소 높아졌다. 그래도 당장 방법이 없었다. 남편과 고민하다 쇼핑몰이 정상화 되는 며칠이라도 한번 해보자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광고 상품의 세계로 진입했다.
카테고리가 이동되는 동안 다른 쇼핑몰들을 지켜보았다. 우리 쇼핑몰이 뒤 페이지로 밀리자 그 사이 반사이익을 노린 다른 쇼핑몰들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어떤 판매자는 우리처럼 빨리 강제이동을 당해서 무슨 일이냐며 전화가 오기도 했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이루어진 순위변동 때문에 당황하기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어떤 판매자는 가전으로 강제 이동된 상품을 그대로 둔 채 중복상품을 생활용품 카테고리에 올리기도 했다.
그 상품으로 다시 광고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도 이 방법을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편법을 쓰기 싫었고, 새로 제품을 등록할 경우 리뷰수는 제로가 된다. 3년간 쌓은 몇 천개의 리뷰가 없어지는 것이다. 다시 제로에서 시작한다고? 어떻게 쌓은 리뷰인데! 그럴 수 없었다. 편법을 쓰지 않길 잘했다. 며칠 후 새로 등록한 제품도 모두 가전으로 이동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마켓을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의 권력과 힘을 깨달았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와 정책이었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회사 안에서도 권력이 존재하지만, 회사 밖에서의 권력은 더 크고 무섭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