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소치에서 열린 첫 러시아-아프리카 회담 푸틴의 양쪽에는 이집트 대통령과 남아공 대통령이 서있다
Kremlin Press Office
예로 서아프리카 말리에서는 2020년에 군부 세력이 프랑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장기 집권하고 있던 대통령을 몰아냈다. 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에 이미 러시아와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 올해 1월부터는 300여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말리의 수도인 바마코(Bamako)에 주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 연합 및 국제 사회는 쿠데타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지만 놀랍게도 대다수의 말리 시민들은 군부 세력을 환영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한 후에도 지속된 프랑스의 정치, 경제적 지배의 굴레에 대한 염증이자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시로 보여진다.
물론 아프리카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 입장에서 어차피 막강한 서방 강대국들과 중국 등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다면, 러시아를 새로운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단 점에서 그들의 선택이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또다른 위협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서민들의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2022년 기준 우크라이나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프리카 출신 학생들은 만 육천 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의과 대학 학생들이다. 유럽, 미국 등에 비해 우크라이나 학비가 저렴하면서도 교육 수준이 높고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관문이라는 점 등이 아프리카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아프리카 유학생들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반기는 편이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찬란한 미래를 꿈꾸던 젊은 학생들의 꿈도 폭격 받은 건물들처럼 무너졌다. 일부는 본국으로 돌아갔고, 일부는 폴란드 등 인근 유럽 국가로 피난을 가고자 육로 국경을 통해 기차를 타려 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 군인들로부터 치명적인 차별, 구타 등을 당했다. 아무리 학생이라고 설명을 하여도 소용이 없었다.
한 나이지리아 학생 증언에 의하면 기차에 올라탈 수 있는 순서가 우크라이나인, 인도인, 그 다음이 아프리카인으로 마치 인종 계급이 매겨진 것 같았다고 했다. 기차에 오르지 못한 20대 초중반의 학생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차역 플랫폼 바닥에서 며칠 동안 쪽잠을 자며 기다려 겨우 피난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폭행, 차별에 대해 BBC, CNN 등이 심층 인터뷰를 통해 알렸음에도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한 성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인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아프리카가 소외되고 차별 받는, 서방 세계만이 관심을 갖는 정치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왜 전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느냐고 묻지 말고, 유럽인들의 제국주의로 인해 아직도 내전, 기근, 파괴에 시달리는 국가들에 대한 책임에 대해 먼저 대답하라고 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린스키가 아프리카 연합(AU)에 연설할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국제 사회에 대한 호소가 과연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 그의 인도주의적 호소가 아프리카인들도 포함되는 의미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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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10 여국을 경험하고, 나이지리아에서 7년 거주 후
국내외에서 공적, 민간영역에서 ICT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 중
아프리카의 정치, 경제에 대해 강의, 블로그, 컬럼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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