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시인의 시집
시인의일요일
그래서 우리에게는 익숙한 글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낮추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낮춤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낮추는 것을 미덕이 아니라 '무가치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진실로, 진실로 이르노니 / 허물고 싶은 글자'라고 화자가 말하는 것처럼요.
정말로 '나 자신을 낮추는 일'이 무가치한 일입니까. 오만과 겸손 중 오만의 가치가 더 높다고 한다면, 우리가 지금껏 배워왔던 진리, 도덕, 상식은 다 거짓이 됩니다. 가치와 무가치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마는 것입니다.
화자는 얘기합니다. '리을이 없는 세상은 / 허무합니다'라고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허무'뿐이라면 다행이라고. 진정한 리을이 없는 세상은,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성자를 죽인 '가롯 유다의 리을'만 가득한 곳일 수 있습니다. 마치 '백'을 가진 부자가 '일'을 가진 사람들의 모든 소유를 취해 전부를 갖고자 하는 만행처럼요.
그런데요, 오늘 우리의 사회가 '배신자'인 가롯 유다들에만 축복을 내리고 있다는 생각, 저만의 착각일까요?
시 쓰는 주영헌 드림
박은영 시인은 ...
2018년 <문화일보>와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등이 있습니다. 제주4·3평화문학상, 천강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조영관문학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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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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