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숙 시인의 시집
여우난골
이 시를 읽기 위해서였을까요, 최근에 나이에 관한 시를 많이 읽었습니다. 최승자 시인의 시 '삽 십 세'에서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라고 말합니다. 나이 서른은 세상을 향해 고민을 풀어 놓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저 죽음은 실제의 죽음이 아니라 '죽어야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상징적인 죽음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마흔에 관한 시 중에서 제 마음에 와닿는 시는 김경인 시인의 '마흔'입니다. 화자는 말합니다. '함께 / 흰밥을 먹는 시간 / 넝쿨 줄기처럼 나를 친친 갈아 오르는 그들과,/ 밥상에 다정히 둘러앉아'라고요. 이 시는 마흔의 환한 한 부분입니다. 가족들과 단란한 저녁을 보내는 부모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면우 시인의 시 '오늘, 쉰이 되었다'는 나의 삶에서 이탈하기 위해 노력하는 오십 대의 모습이 보입니다. 화자는 말합니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린 게 부축하며 온 길이다'라고요.
또한, 장만호 시인의 시 '쉰'에서는 '모르는 걸 알아가는 나이 / 그러나 천명은커녕 나 한 명도 모르겠어서 / 우물쭈물하는 나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박남준 시인은 시 '쉰'에서 '밤새 불빛 끄지 않고 뒤척이며 깜박이는 등대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여러 시를 읽어보니 '쉰'이 되어야만 우리는 아주 조금,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깊이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어떤 나이를 지나고 있습니까. 오십을 훌쩍 넘어 육십을 넘어가고 있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맹문재 시인은 시 '마침내 신호들이 바뀌었다'에서 '예순 살에는 힘이 빠졌고'라고 얘기합니다. 요즘 육십이면 노인 축에도 못 드는 나이이지만, 육체적으로 분명히 힘이 빠지게 되는 나이입니다.
여러 시를 읽고 내 삶에 대입해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어떤 시기를 지나든, '내 주변을 돌아보며 삶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그리 큰 후회는 없을 것이다'라고요. 살아보니 후회는 '나'로부터 생기지 않습니다. 나의 주변에서부터 잠식해 들어오는 것입니다.
돌아보니 내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고, 나 홀로 남겨져 있었다는 고백은 마흔이든 쉰이든 예순이든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이들이 말하는 공통된 절망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빨리 알아차리면 알아차릴수록, 삶의 후반기는 더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안은숙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대학원(교육학 석사)를 졸업했습니다. 2015년 『실천문학』에 시가 201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수필이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시집으로 『지나간 월요일쯤의 날씨입니다』가 있으며, 제1회 <시산맥 시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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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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