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성당 내부온수리성공회성당 내부는 한옥의 서까래와 기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운민
강화읍에 있는 성공회 성당이 언덕 높은 곳에 자리 잡아 강화읍을 내려다보고 있다면 온수리 성당은 조금 낮은 자리에서 온수리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편안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게 좋았다. 내부는 바실리카 양식으로 구성되었지만 한옥의 서까래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성당을 구성하는 종탑과 사제관도 한옥양식을 취했는데, 서로 알맞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성당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포근함은 맞은편에 성당 부속 건물에 자리한 어린이 보육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성당 마당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네도 타고 제각기 모여 근심 없이 웃고 다녔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나왔다.
온수리를 오기 위해 강화도를 찾는 분들이 아직은 많지 않겠지만 충분히 여행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앞으로 금풍 양조장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거듭나게 되면 더욱 많은 분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온수리에서 전등사로 가는 길은 멀지 않지만 가는 길 중간중간마다 강화도의 특산물을 파는 행상이 많다. 강화도가 비록 섬이긴 하지만 오랜 간척 작업으로 국토가 비옥하고, 농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특산물이 많은 섬이기도 하다.
우선 강화는 강화섬 쌀을 먼저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밤낮의 기온차가 전국 어느 곳 보다 뚜렷하여 토양의 마그네슘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웬만한 강화의 식당은 거의 대부분 강화쌀을 이용한다. 그 지역에 오면 지역에서 나는 쌀과 농작물을 먹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게 순무다. 겨자 향의 독특한 인삼 맛을 지니고 있어 다소 낯선 음식이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계속 손이 가는 게 순무김치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김치에는 고구마가 찰떡궁합이다.
강화는 일반 고구마보다 짙은 노란색을 지닌 속노랑 고구마가 있어 같이 맛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밖에도 인심, 딸기, 약쑥 등 수많은 작물들이 강화에 고루 분포해 가히 풍요의 보물섬이라 칭할 만하다. 전등사와 온수리의 오래된 장소들을 묶어 '온수리 옛길'이라 불리는 트레킹 코스가 있으니 강화읍에 이은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축복이나 다름없다.
최근 조양방직이 강화의 대표명소로 떠오르고 있지만, 전등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강화를 넘어 인천, 경기도 서부 일대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사찰이기도 하고, 특히 팔만대장경과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록유산의 거목들과 인연이 있다. 다음에는 정족산 중턱 삼랑성을 울타리로 두르며 우리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겨주는 전등사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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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팟케스트 <여기저기거기>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obs라디오<굿모닝obs>고정출연,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인조이홍콩의 저자입니다.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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