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천성 청두(유비 촉나라) 무후사 도원결의 사당.
김기동
관우가 유비, 장비와 도원결의를 맺은 후 죽을 때까지 의리를 지켰기 때문에 관우를 좋아한다고 한다. 중국인은 관우를 중국 역사에서 가장 의리있게 살았던 사람이라는 의미로 '의리의 화신'이라고 부르면서 관우처럼 의리있게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의리의 화신 관우가 지킨 의리란 무엇일까? 의리(義理)라는 단어가 중국 한자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한국인은 한국과 중국에서 '의리'가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한국과 중국에서 '의리'는 전혀 다른 의미다. 한국과 중국에서 '의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한국 의리(義理)와 중국 의기(義氣)
중국인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상용어 중에 "의리를 지키는 사람과는 함께하지만, 의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않는다(講義氣,在一起,不講義氣,不在一起)"는 말이 있다. 중국인이 의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알 수 있는 글귀다.
위의 글귀 중국어 글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어로는 '의리(義理)'라고 해석했지만, 중국어 원래 단어는 의기(義氣)다. 중국인은 '의리'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 사전에서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 한다. 중국에서 한국 '의리'와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는 의(義)다. 그런데 중국인은 일상생활에서 의(義)라는 단어 역시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한국어로는 삼국지 관우를 '의리의 화신'이라고 표현했지만, 중국어로는 '의기(義氣)의 화신'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한국 사전에서 '의기(義氣)'는 '의리, 의협심이 많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중국 사전에서 '의기(義氣)'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기개와 절개가 있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위의 중국 글귀를 한국어로 정확히 번역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과는 함께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함께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