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포털 ‘많이 본 뉴스’ 기사 세부유형(2/21~27)
2022대선미디어감시연대
랭킹에 포진한 기사를 주제별로 분석하면, 후보 및 캠프 동향, 선거 동향, 여론조사, 후보 관련 논란, 관계자 논란, 토론회, 정책 순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캠프와 선거 동향을 파악하고 판세를 짚는 여론조사 기사가 쏟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문제는 보도량이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점이다. 특히 조사 기간 포털 순위에 오른 기사 중 여론조사 기사 비중은 15%로 직전 조사 기간인 2월 14~20일(10%)보다 5%포인트 더 늘었다.
오차범위 안과 밖, 우위 후보가 조사 기관마다 다른 결과가 언론사별로 연일 쏟아지면서 유권자 혼란을 부추겼다. 2월 20일과 21일 오차범위 밖에서 윤석열 후보가 우세하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21일 KSOI 조사는 오히려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윤석열 후보를 앞지른다는 정반대 보도가 나왔다. 오차범위 내 결과는 사실상 차이가 없을 수 있는데, 이를 그대로 보도하면 여론 현실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한편, 배우자 등 후보 관계자 기사도 조사 기간 네이버 랭킹 상위권에 다수 포함됐다. KBS의 2월 9일과 14일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관련 보도 이후 관련 후속기사가 한겨레, SBS 등에서 보도됐다. 후보 가족 검증에 대한 유권자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 기사는 모두 '완전한 단일 관점' 기사였고, 한겨레 기사를 제외하면 직접인용 취재원은 0명이었다. 제보자를 보호하는 의혹 기사 특성상 취재원 인용이 어려울 수는 있다. 단, 한겨레는 제3의 금융 전문가 설명 등을 곁들여 주가조작의 구체적 정의, 의심 대목을 상세하게 곁들여 독자 이해를 도왔다.
독자에 닿지 못한 '좋은' 기사
많이 읽힌 정책 분석 기사들도 있다. 특히 2월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법정TV토론회에서 언급된 내용에 대한 팩트 체크 기사가 선방했다. 이재명 후보가 "한국, 기축통화될 가능성 높다"고 말한 대목은 특히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가장 빨리 팩트체크 기사를 낸 KBS보도와, 다수 전문가를 인용한 뉴스1기사가 많은 페이지 뷰(PV)를 기록했다.
두 기사 외 한국경제, 조선비즈, 세계일보 등의 기축통화 발언 관련 보도가 네이버 메인에 올랐다. 이들 기사는 조회수는 높았지만 정당과 정치인 말을 그대로 따오는 따옴표 저널리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분석이 빠진 기사는 '기축통화' 등 키워드 관심을 등에 업고 일시적으로 독자들에게 선택받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론 정책 기사에 대한 언론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반면 경향신문, 한겨레, 조선일보의 기축통화 관련 기사는 많이 읽히지 않았다. 각 언론사가 '픽(PICK)'으로 선택하지 않으면서 포털 메인에서 밀렸고, 잠재적 독자층도 기사를 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조사 기간 동안 좋은 정책 기사가 독자에게 외면 받은 사례는 많았다. 한겨레가 1월부터 보도하고 있는 <나의 선거, 나의 공약> 시리즈 6편인 지역 균형 정책 기사 <갈수록 벌어지는 지역균형 정책, 대선 주자들이 답했다> 등 3편은 댓글 2~51개에 그쳤다. KBS <k농촌 소멸은 없다> 시리즈, 노컷뉴스 <주 4일제 공약 보니···비정규직도 쉴 수 있을까>, 한겨레 <성장만 외치는 대선···재벌개혁 사라졌다> 등 각 후보의 부족한 공약 내용을 따져 보는 깊이 있는 기사들도 네이버 랭킹에 오르지 못했다.
연성 뉴스 소비 성향도 해결 과제
이러한 기사들도 대부분 언론사 자체 픽(PICK)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연성 뉴스에 치우친 독자 소비 성향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연성 뉴스 소비 경향은 대선 보도 기간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기자협회보가 지난 2월 22일 공개한 '네이버 콘텐츠 제휴 73개 언론사 2021년 데이터 분석'을 보면 한겨레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일간 페이지뷰(PV)를 기록한 기사는 <이제껏 모든 가설이 깨졌다···4천 년 전 타림미라의 정체는?>(98만3840 PV), 경향신문 <'달인' 김병만 "정글 떠나 칠봉산서 촌장 꿈꿔요" [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104만184 PV)였다. 해당 매체에서 가장 흥미 위주 기사로 분류되는 기사가 높은 일간 페이지뷰(PV)를 기록했다는 얘기다.
연성 뉴스 소비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5개년을 책임질 사람을 뽑는 대선 기간 동안 의미 있는 기사들이 묻히는 현실은 우려된다. 속보성 비정책 기사가 포털을 지배하고 다시 소비자의 연성 뉴스 편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선 언론사 개별 플랫폼 강화, 양질의 뉴스 생산, 이용자 친화적 편집 및 배치 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최근 중앙일보가 팀장급 기자들에게 페이지뷰(PV)보다 체류 시간을 늘리는 깊이 있는 기사를 주문한 게 화제가 됐다. 많은 언론사가 몰두하고 있는 단순 속보 기사 중심에서 회원 가입, 구독자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깊이 있는 콘텐츠 생산으로 전환한 운영 변화가 전체 언론 지형에 어떤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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