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퀴테리샵 콘셉트로 먹음직스러운 굿즈를 판매 중인 1층의 모습
이승용
3층으로 올라가면 시몬스의 2022 브랜드 캠페인 'Oddly Satisfying Video: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디지털 아트가 전시 중이다.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빠져드는 영상'이라는 뜻으로 해외 유튜브 등에서 큰 인기를 끈 형식을 차용한 광고다.
청량한 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는 여성들, 대칭적으로 배열된 나무에서 무심하게 떨어지는 오렌지 등이 반복적으로 연출된다. 큰 의미는 없지만 볼수록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자연스레 멍을 때리다 보면 기분이 편안해진다. 이곳에도 침대는 없다.
사실 시몬스는 지난 몇 년 동안 다양한 캠페인에서 의도적으로 침대를 숨겼다. 침대 자체의 기능적 특장점을 강조하는 것보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메인 메시지를 잘 전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2019년에는 해먹이나 자동차 보닛 위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시몬스 침대가 줄 수 있는 편안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얘기를 전했다.
이후에 등장한 광고도 숙면을 취하지 못해 피곤해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쌩쌩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편안한 침대가 주는 베네핏을 강조하는 식이었다.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캠페인도 이런 접근의 연장선상에 놓여져 있다. 멍 때리기에서 오는 편안함을 시몬스가 제공할 수 있는 편안함으로 재치있게 전환한다.
애초에 침대는 자주 구매 가능한 제품이 아니다. 매년마다 신제품이 나오지만 기능이나 소재 등을 드라마틱하게 혁신하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다. 따라서 침대에 대한 기능적인 신뢰가 소비자와 어느 정도 쌓였다면 이후엔 침대가 줄 수 있는 정서적인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는 침대가 없지만 침대 브랜드가 선사하는 색다른 편안함은 존재한다. 그리고 굿즈를 사며 이곳을 재미나게 체험한 사람들이 추후에 침대를 구매하게 될 때면 아마도 시몬스를 자연스레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침대 브랜드가 수많은 굿즈를 만드는 것도, 침대와 상관없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도, 모두 시몬스가 줄곧 머무르던 침실을 벗어나 더 다양한 곳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