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해 전 공군참모총장
대한민국공군
UH-60 블랙 호크 사고 헬기는 이날 하오 2시36분쯤 용인군 외사면 백암리 야산 상공을 지날 무렵 꼬리 부분에서 검은색 연기를 뿜으면서 심하게 기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산에서 사고 순간을 목격한 김병섭씨는 "나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르르하는 소리가 나 놀라 하늘을 쳐다보니 집채만한 시뻘건 불덩이가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면서 "사고 헬기가 떨어진 뒤 꽝 소리가 들리고 2~3초 뒤 시커먼 연기기둥이 치솟았다"고 증언했다.
불붙은 헬기의 화염이 근처 잡목에 옮아붙으면서 파편도 100m 정도 튀었으나 부근의 가옥이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헬기가 두 동강이 난 상태에서 화염에 싸여 추락했다는 일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 측은 '추락한 뒤 폭발했다'며 공중폭발을 부인했다.
사고 현장은 여기저기 흩어진 헬기잔해와 불길에 그을린 잡목들이 쓰러져 있는 등 참혹한 모습이었다. 사체 수습에 나선 구조대원들은 불길에 달궈진 헬기 몸체가 식기를 기다렸다가 수습에 나섰다. 헬기 잔해는 산등성이에서 200여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는 등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부서졌으며 잔해마다 불길에 그을린 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화재는 주변 잡목에 옮아붙었으나 반경 10m 가량만을 태우고 때마침 내린 진눈깨비로 곧바로 꺼졌으며 추락한 헬기는 뒤집혀져 있어 구조작업에 나선 군인들이 이를 바로 잡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추락 현장은 해발 80m 정도의 구릉으로 소나무와 잡목이 울창해 주민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사고를 목격한 마을 주민 10여 명은 헬기가 추락하는 것을 목격하고 삽과 곡괭이를 들고 구조작업을 위해 현장으로 뛰어 올라갔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헬기 추락으로 발생한 불길이 강풍을 타고 번진 데다 오전부터 끼어있던 안개 등으로 접근이 어려워 주민들은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주변 잡목들을 제거하는 작업만을 벌이며 발을 굴렀다.
오후 3시쯤 연락을 받고 백암리에서 출동한 소방차 3대가 현장에 도착, 본격적인 구조에 나섰으나 이미 헬기는 완전히 타버렸고 백암의용소방대원 10명이 조 총장의 부인 등 비교적 온전한 시신 3구를 수습했다. 조 총장을 비롯한 나머지 3명은 추락 당시의 충격으로 심하게 훼손되어 수습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공군사고수습대책위는 조근해 총장 등 6명의 유해를 서울 강서구 등촌동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옮겨 안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