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의 궤적으로 허공에 쓴 글씨 ‘얼룩’
이뿌리
"언어는 상징체계를 구사하는 인간이 피워낸 꽃이다. 그리고 그것을 좀 더 먼 시간들 속에 피워낼 수 있게 하는 씨앗과 산들바람이 '씀'의 흔적이 아닐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농경사회를 '크로마(chroma)'라는 개념으로 상징화하고, 다양한 매체를 거쳐 온 씀의 모습들을 통해 미래의 일상적인 씀을 상상한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오는 3월 11일까지 열리는 <쓰지 않은 글씨 전(展)>에 작가 특유의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 이뿌리(31·본명 이근요) 작가가 '언어'와 '씀'을 규정한 전시회 작가노트의 일부다.
허공 글쓰기, 씨앗·산들바람의 '씀' 포착
전북 순창군 풍산면 용내리가 고향으로 순창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미디어 아티스트 이뿌리 작가는 전시회에 영상작품 '크로마 프리퀄(chroma prequel)'을 포함해 관객들의 동선으로 글씨를 쓰는 '인터랙션 작품'을 출품했다. '크로마 프리퀄'은 "1채널 파노라마 비디오, 1400x400(cm), 인터랙션 시스템, 7분24초" 작품이다.
"전시회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전시장을 오가는 관객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캡처하고, 움직임이 곧 글씨가 되는 인터랙션 설치를 통해 '삶을 걷는 사람'과 '글씨를 쓰는 사람'이 맞닿아 있는 어떤 태동에 대하여 질문하고자 했다."
이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상호작용으로 또 다른 글씨를 만들어내는 '인터랙션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글씨를 쓰는 사람은 작가 본인을 말하고, 삶을 걷는 사람은 관람객을 일컫는다. 작가는 '작품과 관람객의 소통'을 통해 또 다른 글씨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