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진행… 김정은 참석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월 20일 밝혔다. 회의에서는 현 한반도 주변 정세와 일련의 국제 문제들에 대한 분석 보고를 청취하고 금후 대미 대응 방향을 토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2022.1.20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대선 이슈에 가려 잘 부각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신속·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를 브리핑하고, 서울중앙지검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해 10월 12일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주 이상한 말'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개막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있었던 김정은 위원장의 기념사를 전했다. 기념사에서 김정은은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산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없다"며 "명백한 것은 조선반도 지역의 정세 불안정은 미국이라는 근원 때문에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그렇게 대미 경계심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귀를 번쩍이게 할 만한 말을 내놨다.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주적은 남조선이나 미국이 아니다"
전쟁이 주적이지 남한이나 미국이 주적이 아니라고 했다. 남한과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표하면서도 색다른 신호를 띄운 것이다. 뒤이어 "분명코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땅에서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역사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정권이 그동안의 대남·대미 접근법에 수정을 가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이는 남한 역시 전통적 관점과 접근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방법에 매몰돼 있으면 북한이 만드는 새로운 흐름을 이해하기도 힘들고 대응하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보내는 시그널을 추종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미국과 더불어 한반도 이슈를 주도하는 핵심 변수는 바로 북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용 여하를 떠나 일단은 참고하고 때에 따라 활용도 해야 하는 것이 북한의 대남·대미 '사인'(sign)이다. 불필요한 충돌을 막고 한반도를 안정시키려면 꼭 필수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는 안보와 직결되는 그런 신호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양상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진보 대 보수의 대결 구도에 과도하게 사로잡혀 한반도 문제와 직결되는 새로운 조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위험성이 드러나고 있다.
생뚱맞은 북한 주적론과 선제타격론이 남한 정치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제기되는 오늘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지난 21일 오후 온라인으로 개최된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삼심년: 평가와 전망' 학술대회장이 바로 그 자리다.
통일연구원·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이 공동 주최한 이 학술대회의 제2세션 발표자로 나선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미국 주적론을 폐기하겠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는 국방발전전람회의 김정은 연설이 갖는 의미를 우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봐야 된다"라며 "그것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향후 정국이 전개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라고 한 뒤 이런 변화에 적극 대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