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한다면 블로그 마케팅을 한 번쯤 접하게 된다.
edhoradic, 출처 Unsplash
퇴사 전, 일기장이었던 나의 블로그
"난 그런 블로그 아니야."
퇴사 전, 남편이 내게 처음 블로그 홍보를 부탁했을 때 나의 반응이었다(이전 연재에서 밝혔듯 우리는 조그만 제조업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 블로그'라고 한 것은 '홍보성 블로그'를 말한 것이었다.
아마 나는 그때 좀 다른 사람이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 문학가 등,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 사람에게 홍보를 부탁하다니, 안 될 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착각이었지만, 그땐 그랬다.
나는 무늬만 인플루언서였다. 10년간 블로그를 운영했지만, 영향력은 없었다. 블로그에 일기만 썼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일기장으로 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블로그에 일기를 썼던 이유는 기록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일기였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더욱 열심히 썼다. 그 일기가 포털 메인에 몇 번 오르면서 블로그가 커졌다.
소위 말하는 저품질에 걸렸던 적도 있었다. 저품질 블로그란 어떤 이유에서인지 검색에서 제외되는 블로그를 의미했다. '블로그 저품질 예방 방법', '블로그 저품질 탈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슷한 경험을 한 블로거들이 꽤 많았다. 저품질 탈출은 불가능하니 블로그를 새로 개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저품질 블로그가 되니 글쓰기 동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계속 썼다. 원래도 검색을 생각하며 썼던 것은 아니니 나만 즐기면 그뿐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본업이 따로 있었고, 블로그로 돈 벌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 찾아와서 글을 읽어주는 이웃들이 있었다.
무늬만 인플루언서이지만 간혹 홍보성 리뷰 제안도 오곤 했다. 나는 대부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거절했다.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협찬을 몇 번 받아보니 좋은 제품만 있는 건 아니었다. 좋지 않은 제품을 좋다고 말하기 어려워 홍보는 거절했다. 게다가 나는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이었고, 판매자의 입장은 알 필요가 없었다.
내가 지향하는 블로그는 작가의 블로그였다. 몇몇 좋아하는 작가들의 블로그를 보며, 꿈을 키웠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블로그는 독자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한 마디로 책이 유명해져서, 저절로 나의 블로그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야심이자 큰 그림이었다.
퇴사 후, 블로그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다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하던가.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한 채 퇴사했고, 그 후 남편이 하던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이 말인즉슨, 내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판매자의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홍보가 절실했다.
어떻게든 제품을 많이 알리고, 많이 팔아야 했다. 제품이 좋으면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와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쩌다 누군가 소개하면 쇼핑몰 방문객이 늘면서 매출이 늘었고, 방문객이 적어지면 매출이 줄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블로그에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를 꺼렸다. 나는 마케팅 업체에 문의했다. 인플루언서를 섭외할 생각이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요? 말도 마세요. 얼마나 콧대가 높은데요. 비용도 비싸지만, 답변 듣기도 힘들 걸요?"
'나도 인플루언서인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동안 내가 거절했던 수많은 제안들이 생각났다. 동시에 홍보 제안을 했던 수많은 업체들도 생각났다. 콧대가 푹 꺾였다.
우여곡절 끝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매번 큰 돈을 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나도 인플루언서인데,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일기장으로 쓰던 내 블로그에서도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기로 결심했다.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블로그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일기는 알고리즘이 좋아하는 글의 유형이 아니었다. 블로그에 일기를 매일 올리는 행위는 접어야 했다. 나는 갈림길에 섰다. 블로그를 지금처럼 일기장으로 쓸지, 사업에 활용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