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후 가장 필요한 능력은 마케팅 능력과 거절을 견디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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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21년 3월 20년간 몸 담던 회사를 떠났다. 올 3월이 되면 퇴사한 지 1년이 된다. 그 사이 나는 SNS를 통해 2가지를 팔아봤다. 글쓰기 강의를 팔아보고, 남편의 아이디어 발명품인 건축 자재를 팔았다(이 글의 태생이 스타트업 이야기이기 때문에, 판매물품을 언급할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힌다, 설마 그럴 리 없겠지만 홍보라는 오해는 거둬주시길).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판매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고, 오랜 시간 블로그에 축적한 노하우가 있으니 강의를 한번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남편은 자체 발명품인 건축 자재를 만드는 기업을 혼자 운영하고 있었는데 제품 제작에 판매까지 담당하느라 정작 홍보다운 홍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퇴사한 후 남편 일에 참여하게 되면서 회사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라고 쓰지만 사실 나도 마케팅을 해본 경험은 전무했다).
우선 글쓰기 강의 먼저 이야기해 보자면, 3번 만에 중단 되었다. 쉽게 생각했던 건 아니었지만, 소규모로 진행하니 모객은 될 거라 생각했다.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했고, 출간도 했고, 매일 글쓰기 모임도 하고 있었으니까.
2번은 성공적으로 모객이 되었으나 3번째는 모객에 실패했다. 한두 번의 마중물이 넓게 퍼져나가지 못한 탓이었다. 내가 네임드 작가이거나 팔로워가 많았으면 모객이 좀 달라졌을까? 마케팅 능력이 좋아서 그럴싸 하게 포장했다면 달라졌을까? 어쨌거나 나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건축자재 홍보는 시작부터 어려웠다. 나와 소통하는 대부분의 이웃들이 주부나 엄마들이었는데, 그들에게 어필할 만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일상 글을 올리다가 건축자재의 기능과 필요성에 대해서 홍보하자니 부끄러움이 먼저 앞섰다. 건축자재 홍보를 하고 있으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콘셉트로 운영하던 블로그에 뜬금없이 건축자재를 홍보하니, 섞일 수 없는 재료를 섞어서 만드는 음식 같았다. 마치 식빵에 생선통조림을 얹어서 내주는 기분이랄까. 당연히 건축자재 홍보는 글을 올렸다고 해서 마구 팔리거나 하지 않았다.
홍보글을 올리면 글 조회수도 현저히 떨어졌다. 일상 글에서는 좋아요와 댓글을 자주 달아주던 이웃들도 홍보글은 외면하기 일쑤였다. 조용한 거절이었다.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속은 쓰렸다.
돈 앞에서 냉철해지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