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R 운영진은 사이트 주소를 수시로 변경하며 방송통신심위위원회 차단 조치를 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 운영진은 경찰청, 방심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비웃기라도 하듯 본인들의 SNS 계정에 바뀐 사이트 주소를 홍보하고 있다. 사이트 R 접속 화면.
이정환
수많은 사이트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물이 막무가내로 올라오는 만큼, 삭제 지원을 요청하는 피해자의 수도 나날이 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피해물 유포 피해로 센터에서 삭제 지원을 받은 내담자는 2018년 241명, 2019년 459명, 2020년 841명에 이른다. 3년 동안 지원을 받은 피해자의 수만 무려 1541명이다. 우리는 지원센터에 총 몇 개의 사이트에서 피해자들의 영상이 유포된 것인지 물어봤다. 센터 측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IP주소 기준(IP주소 변동에 따라 집계 건수 감소 가능함) 약 8000개의 사이트를 대상으로 삭제 지원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불법성착취사이트의 시초 격이라 볼 수 있는 소라넷은 1999년에 개설돼 무려 17년이 지난 2016년 6월에서야 폐쇄됐다. 소라넷에는 불법촬영물을 비롯한 강간, 폭행 성착취 영상이 수없이 올라왔다. 국내 최대 성착취 사이트인 소라넷이 사라져도, 그 뒤를 잇는 수많은 사이트는 우후죽순 생겨났다. 현재는 폐쇄됐지만 2013년 12월에 개설되어 최소 46만개가 넘는 성착취 영상이 업로드된 '에이브이스눕'(AV-SNOOP), 회원 수가 42만 명에 육박했던 '꿀밤'(현재 폐쇄), 2015년 6월에 개설되어 22만여건이 넘는 아동성착취물이 공유된 '웰컴투비디오' 등이 그 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100만 명의 회원 수를 자랑했던 소라넷이 17년 만에 폐쇄됐지만, 그 사이트를 이용하던 사람들까지 같이 폐쇄 된 건 아니다"라며 수많은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이 장소만 옮겨 성폭력을 계속 이어오고 있음을 지적했다.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피해자 지원을 시작하던 2017년에도 불법성착취사이트 운영진들은 피해자에게 신분증을 보내라는 등의 본인 인증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효린 사무국장은 "애초에 불법성착취사이트 존재 자체가 불법인데 어떻게 당사자에게 본인 인증을 하라는 요청을 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피해자가 삭제 요청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받아주지 않다가 피해자 남자친구가 삭제를 요청하자 그의 사정이 딱하다며 삭제해 준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이트 운영자가 피해자 남자친구에게 모욕적이고 피해를 준다는 관점으로 접근해 삭제한 것"이라며 "그들이 여성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공손하시라... 그럼 고민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