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가족공원입구죽은 자들의 마을로 산 자들은 나들이를 간다. 인천가족공원은 역설의 공간이다.
이상구
단풍이 그렇게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운명의 상징이라면 그것이 이 지상에서 가장 잘 어울릴 공간은 이곳이다. 수많은 죽음이 말없이 누워있고, 지금 이 시간에도 남겨진 사람들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속절없이 떠나보내는 마지막 의식이 치러지는 곳, 그 이전엔 그저 공동묘지로 불렸으나 지금은 엄연히 공원이 된 '인천가족공원'이다. 부평에 있다.
통상 '경찰학교뒷산'으로 불렸던 이 일대는 아주 오래 전부터 묘지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1977년 주안에 있던 시립화장장(승화원)이 현 위치로 이전해 왔고,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현대화 사업이 추진 됐다. 오래된 매장묘지와 현대적 수목장, 잔디장 등 다양한 형태의 봉안시설이 지어졌다. 공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쉼터와 편의시설 등도 잘 갖춰져 있다.
거기엔 식당도 있고 그럴싸한 커피숍도 있다. 기본적으론 유족과 추모객을 위한 시설이지만 그냥 산책 나온 분들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가격도 착한 편이다. 이색적인 볼거리도 꽤 있다. 장사문화홍보관에선 세계 각국의 장사문화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인천 전역에 흩어져 있던 화교들의 묘지를 수습해 조성한 외국인 묘역도 거기 있다.
그래서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매일 누군가를 기리는 추모의 제를 올리고 떠나는 이와 남은 가족은 여기에서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1년에 두 번 맞는 명절엔 수만 인파가 모여드는 장관이 펼쳐진다. 코로나로 작년과 올해는 오히려 명절에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럴 일이 없는 사람들도 이곳을 즐겨 찾는다. 어느덧 인천의 명소가 됐다.
봄엔 만화방창 꽃향기에 취하고, 가을엔 만산홍엽 단풍에 홀린다. 특히 가을단풍이 좋다. 본격 조성된 지 20년 남짓이기 때문에 나무들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화려하고 다양한 색감은 유명산 못지않다. 늘어선 묘비와 색색의 단풍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럴 때의 단풍은 마치 만장처럼 보인다. 이곳의 세월호 추모관 앞에 매달려 나부끼는 노란색 리본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