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4 커뮤니티 멤버들이 모으고 있는 가치소비 내용.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함께 가치소비 아카이빙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 처음에 커뮤니티 이름을 보고 '944'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구(9)분하여 사(4)는 사(4)람들'의 줄임말이더군요(웃음). 커뮤니티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아민 : "커뮤니티 이름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그중 가장 많은 멤버의 표를 얻은 게 '944프로젝트'였어요. 기억하기도 쉽고, 재미있는 이름이기도 하고요. 무엇을 '구분'한다는 건 일정 기준에 따라 선택한다는 의미인데, 소비생활을 할 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기준으로 제품이나 기업을 구분해서 선택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서 '구분하여 사는 사람들'이란 이름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 것 같아요."
봄봄 : "일상에서 가치소비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치 지향적인 소비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별생각 없이 이런저런 물건을 사지만, 우리의 소비 행위는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과 연결돼 있어요. 따라서 우리가 올바른 가치 기준에 따라 소비하면 그 영향력이 쌓여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적인 소비생활이 좀 더 의미 있을 수 있도록, 내가 선택한 물건의 사회적 영향력,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기업의 문제점 등을 커뮤니티 안에서 공유하며 더 나은 선택을 향해 나아가려고 해요. 조금씩 노력한다, 실험한다는 의미에서 커뮤니티 이름에 '프로젝트'가 붙은 것이고요."
- '944프로젝트'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아민 : "가치소비를 실천할 때 필요한 데이터와 정보를 모으는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가치소비의 기준들을 환경, 동물권, 젠더, 장애, 노동 등으로 카테고리화하고,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요. 또 주변에서 가치소비를 할 수 있는 가게들도 찾아보고 있고요. 사실 자주 다니는 동네를 벗어나면 어디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잘 모르잖아요. 덕분에 좋은 공간들, 가보고 싶은 공간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봄봄 : "혼자 알고 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져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옳은지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곱씹어볼 수도 있고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나누려다 보니 여태껏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았던 것들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죠.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자주 들르던 상점을 커뮤니티에 소개하려고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덕분에 상점을 왜 열게 됐고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지 등 더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커뮤니티를 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있어요"
- 커뮤니티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봄봄 : "가장 많은 멤버가 모일 수 있는 요일과 시간을 정해서 매주 온라인 모임을 열고 있어요. 모임을 열 때마다 진행자, 회의록 작성자, 타임키퍼 등 필요한 역할을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맡고요. 모임에서는 각자 다음 모임까지 실천하고자 하는 일종의 숙제를 정해요. 일주일 동안 실천한 가치소비 활동을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하는 것인데, 소비 이유와 이로 인한 영향력, 느낀 점이나 앞으로의 개선점 같은 것들도 함께 정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모임에서 이렇게 기록한 것들을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죠."
아민 : "이렇게 각자 기록하고 함께 이야기 나눈 것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로 만드는 것 또한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예요. 그래서 모인 기록과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가공할지도 논의하고 있어요."
봄봄 : "블로그 형태로 발행할지 아니면 노션을 활용할지, 영상을 만들지 책자를 만들지 등을 함께 고민하고 있죠."
아민 :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은 혼자서도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정보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정리 체계나 기준을 세울 때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죠. 그래서 가치소비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못지않게 기록과 데이터를 어떻게 정리하고 다듬을지 모임에서 논의하는 게 큰 도움이 돼요."
봄봄 : "좋아하는 글귀 중에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어요. 가치소비는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더 많은 사람과 함께했을 때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의 작은 노력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파장이 되는 거죠. 팬데믹을 계기로, 사람은 결국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간다는 걸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됐어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걸 누구나 인지하고 있죠. 혼자 하면 혼자만의 것으로 남고 말 것들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게 되면 그게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시너지로 발전할 수 있어요."
-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봄봄 : "그동안 실천해온 가치소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커뮤니티에 참여해 가치소비 활동을 기록하며 정리하지 않았다면 놓쳐버렸을 깨달음들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평소 자주 가던 드럭스토어가 있어요. 정기 할인 행사 때는 매장을 거의 쓸어오다시피 했는데(웃음), 커뮤니티에서 그 드럭스토어가 여성 직원들에게 '꾸밈 노동'을 강요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무척 충격받았죠. 제 소비생활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던 곳인데, 앞으로는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가지 않으려고요."
아민 : "가치소비를 실천할 때 무엇보다 '기준'을 세우는 게 어려웠어요. 하나의 제품을 선택할 때도 젠더, 환경, 노동 등 여러가지 가치 기준이 교차해서 적용될 수 있거든요. 944프로젝트에서 저처럼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더 많은 사람과 어떻게 기준을 세울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누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혼자서는 파편적으로 접하게 되는 제품·기업 관련 정보들을 함께 모아서 정리하는 것도 보람 있고요. 또 나름대로 다양한 사회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젠더나 동물권에 비해 장애, 노동에 관해서는 제가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사회 이슈에 관한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 경험 나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