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어리호박벌곤충은 변온동물이라 기온이 올라야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상헌
하인리히는 비행 중인 뒤영벌의 배 온도가 가슴에 비해 15도까지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즉, 뒤영벌은 뜨거운 가슴과 서늘한 배의 온도차를 이용해 체온을 조절한다.
빠른 비행에는 많은 동력원이 필요하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한 시간에 초콜릿 바 하나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뒤영벌의 대사를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30초도 되지 않아 같은 양의 에너지를 쓰는 셈이다. 이는 벌새의 대사율 75퍼센트를 뛰어넘는 수치다. 때문에 뒤영벌은 자주 먹어야만 한다. 포식을 했더라도 40분이 지나면 배가 다 꺼진다.
뒤영벌이 키우는 토마토가 더 크고 맛있다
하인리히의 첫 저서인 <뒤영벌의 경제학>은 아직 국내에 번역서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데이브 굴슨(Dave Goulson)의 책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에는 보통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뒤영벌 이야기가 펼쳐진다.
1893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오랜 논쟁 끝에 토마토를 채소라고 판결했다. 당시 미국은 수입 채소에 20퍼센트의 관세를 물리고 과일은 매기지 않았다. 이 선고에 따라 수입업자의 희비가 갈렸는데, 판결의 근거는 디저트가 아닌 식사의 일부라는 이유에서였다.
우리에게 토마토가 채소인지 과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설탕을 뿌려서 흡수율이 떨어져도 상관없다. 맛좋은 토마토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먹을 수 있으면 된다. 오늘날 토마토 생산의 표준은 뒤영벌을 이용한 수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