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2019 돌봄노동자행진에 참여한 보육지부 조합원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보육교사의 길을 택한 뒤 직장 내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벽들을 마주했고, 보육교사 노조에 가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의 나는 보육교사노조에만 가입하면 저절로 이런 많은 어려움들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어린이집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갑'이었던 원장님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했다. 그것이 불편했던 원장님은 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이런 상황을 파악한 교사들은 나를 멀리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교사들에게는 관대한 일들도 나에게는 가혹한 대가가 되어 돌아왔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권리를 보장하고, 더 좋은 보육을 하기 위해 체결한 단체협약을 두고 원장은 '이것이 보육교사와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교사회의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녔다.
노조 가입 전 내가 처음 받은 교사 평가는 만점이었다. 하지만 노조 가입 이후 사측은 작은 일들에 대해서도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고, 나는 100점 만점인 평가에서 교사들 중 최하위인 9점을 받기도 했다. 사내에 나 포함 3명의 노동조합 소속 보육교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아이에게 작은 상처가 생긴 일로 감시와 퇴직 종용 속에 일터를 떠나야 했다. 또 다른 노동조합 소속 보육교사도 아동학대 의심이라는 프레임으로 퇴직을 종용받다가 그만뒀다.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이자,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그리하여 직장내에서 나는 유일한 노조교사가 되었고 이후 유일한 타깃이 되었다.
보육교사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원장은 물론 현장의 다른 보육교사로부터도 소외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소리 내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함께 연대하여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급여'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라의 지원을 받는 시립 어린이집은 호봉표라도 있어 경력이 늘어날 때마다 급여도 오르지만 가정, 민간 어린이집은 몇 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다. 즉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급여에서조차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에서 올해 초 발표한 민간가정 어린이집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 1.2만 명 중 89%에 해당하는 1만여 명이 경력과 상관없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책은 바뀌지는 않는다. 교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어린이집도 행복할 수 없다. 또한 그런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서 교사, 원장, 학부모, 관계 당국 모두 한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여 보육교사, 아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보육현장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좋은 노동이 좋은 돌봄을 만든다. 정부의 보육정책에서 지워져버린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가 보다 심도 있게 다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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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밥 먹고 화장실도 제때 못 가는 저는 '보육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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