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정미소의 텃밭 모습. 숲과 숲 간에 경계가 흐릿하지만, 이 안은 생태계의 보고라 불릴 만큼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서형우
20세기 들어 수많은 씨앗이 사라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한 세기 지구농작물의 4분의 3이 소실됐다고 추산하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제 논리 속에서 우리 농민들이 예로부터 지어온 토종 종자는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작물을 보호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검단정미소는 인천 서구에서 토종 작물을 재배하고 이웃들과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 30년간 농사를 이어왔지만, 본격적으로 토종 종자를 재배하고 보급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지난 3일 오전 11시께 토종씨앗지역모임 검단정미소를 방문했다. 700평 남짓한 검단정미소의 작은 텃밭은 빈곤하지만 풍족했다. 육안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수십 여 종의 작물이 있었다. 고추, 가지, 대박, 호박, 땅콩, 여주, 노각, 여섯 종류의 벼, 세 종류의 깨 등. 일부는 토종이 아니지만 대부분은 토종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토종 종자를 보호하고 이를 이웃 농가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다소 투박하고 정돈되지 않아 보이는 이곳은 '생태계의 보고'라 할 만하다. 하늘에는 잠자리들이 날아다니며 모기를 잡고 있고, 풀과 풀 사이에는 거미들이 주렁주렁 매달리며 해충을 잡는다, 또 땅 속을 터 잡아 사는 지렁이들은 땅을 마구 파헤치며 토양을 떼알 구조로 만들었다.
검단정미소를 운영하는 배현옥 사무장과 심현부 대표는 이곳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자연농법이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며 농사짓는 방식을 말한다. 전통적인 농사법이라 할 수 있다.
배 사무장은 토종작물은 과거부터 내려온 작물이기 때문에, 옛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짓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오히려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먼 옛날에는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없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