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버섯
강윤희
3~9cm의 갓과 1.5~6cm의 대에 담황색 혹은 살구색을 띠는 꾀꼬리버섯은 오이꽃을 닮았다고 해 '오이꽃버섯'으로 불리기도 한다. 꾀꼬리버섯이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은은한 살구 향. 강렬하지는 않지만 집중해서 향을 음미하다 보면 풍기는 살구 향이 매력이다.
아직 재배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야생으로 채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양에서도 다른 버섯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해외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샹트렐이 우리나라에 꾀꼬리버섯이라는 이름으로 자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 몇 년 전부터 꾀꼬리버섯을 찾아 헤맸다.
물론 괴산의 시장에 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버섯 하나 구하겠다고 괴산까지 갈 일은 없어 괴산 지역에서 버섯을 채집하러 다니시는 분에게 해마다 부탁을 드렸지만 너무 늦게 연락해서인지 얼마 안 남은 수량에 이미 다 예약이 찼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미 아는 사람은 그 맛을 아는군'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져 올해는 팔월부터 예약을 걸어두었고 드디어 몇 년 만에 꾀꼬리버섯을 택배로 받아볼 수 있었다. 여리여리한 모습에 살구빛이 도는 버섯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 자리에서 버섯을 요리했다.
버섯 고유의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귀찮아도 일일이 젖은 면보로 닦은 뒤 버터와 올리브유를 반반 넣어 뜨겁게 달군 팬에 휘리릭~. 꾀꼬리버섯은 빨리 볶아야 그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조리 중 절대 한눈을 팔면 안 된다. 말린 타임으로 향을 내고 소금으로만 간한 꾀꼬리 버섯이 얼마나 맛있는지, 은은한 살구 향에 취하는 맛이다.
과일 살구와 같이 새콤달콤한 살구 향이 아니라 토양에서 자라 대지의 향을 품은 살구 향이라고 하면 상상이 될까? 앉은 자리에서 버섯 한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는 바로 버섯을 더 볶았다. 이번에는 블루치즈를 소량 더해서. 블루치즈의 꼬릿한 향과 은은한 살구 향이 어우려져 와인이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