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윤찬영
- 처음 <작은 도시 큰 기업>이란 책을 낸 게 2014년이었으니 벌써 7년이 됐다. 그 사이 어떤 것들이 변했나.
"그때나 지금이나 내 관심은 '작은 도시 큰 기업'이라는 테마다. 이니스프리, 테라로사, 성심당 같은 굵직굵직한 '로컬 브랜드'들이 세상에 조금 더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뒤로 중견기업들은 거의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골목상권이 부상했다.
이번엔 이런 골목상권 로컬 브랜드들이 좀 더 성장해서 지역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길 바랐다. 2000년대 중반 홍대와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원 이렇게 4곳에서 시작한 골목상권이 15년 사이 전국 155곳으로 늘었다. 군산 영화동 영화타운, 공주 반죽동 제민천길, 속초 동명동 소호거리 등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가봤을 곳들이 벌써 전국 곳곳에 퍼져있다."
- 골목상권에서 큰 기업이 나오길 바란다는 뜻인가.
"그렇다. 골목상권도 하나의 산업처럼 발전해서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울산을 자동차 도시라고 하지만, 자동차 공장이 있을 뿐 본사와 R&D(연구개발)그룹은 다 수도권에 두고 공장만 울산에 세우고서 자동차 도시라고 부르는 건 억지다. 공장은 언제든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지 않나. 이런 걸 자생적이고 독립적인 지역산업이라고 볼 수 없다.
기존 산업사회에서는 모든 지역이 국가산업을 유치하려고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지역이 고유의 지역산업을 개발함으로써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는 생활권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생활권 중심으로 도시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 않나. 동네가 진정한 의미의 생활권이 되려면 주민을 위한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더욱 지역산업을 기반으로 선순환하는 생활권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 전국 155개 상권이면 적지 않은 수다. 질적으로는 어디까지 성장했다고 보나.
"아직 싹이 막 돋아난 수준이라 정말 로컬이 독립적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부상하면서 탈물질주의와 삶의 질을 추구하는 흐름은 꾸준히 확산되고 있고 그에 따라 로컬 브랜드를 찾는 수요도 늘어날 거라고 본다. 따라서 골목상권은 앞으로도 성장하겠지만, 골목상권이 경쟁력 있는 로컬 브랜드로,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정부 정책의 근본적 전환도 필요하다.
또 단단한 골목상권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것도 과제다. 생태계란 말을 저마다 다른 뜻으로 쓰지만 생로병사를 겪듯 기업이 죽기도 하고 다시 생겨나기도 해야 생태계다. 로컬 브랜드를 계속 배출하고 혁신이 이뤄져야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먼저 자생력을 가진, 활력 넘치는 상권이 필요하다.
전통시장처럼 단순히 소상공인들만 모여 있다고 생태계가 되는 건 아니다. 재래시장에선 대부분 혁신도 일어나지 않고 새로운 유입도 일어나지 않는다. 패션은 동대문, 인쇄는 청계천, 디자인은 홍대앞 하는 식으로 생산자와 소비시장이 있고, 여러 이해관계자들끼리 협력도 이뤄져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이나 소상공인들도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골목자원이 풍부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상공인 정책을 취약계층 보호책 아닌 산업 정책으로 추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