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많은 취재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대기 중인 모습. 자료사진.
유성호
사실, 이번 논란의 더욱 큰 문제는 서로 다른 언론사가 같은 헤드라인과 프레임을 복제하고 양산하는 속도와 패턴에 있어 보인다. 현장에 있는 경험 많은 기자들이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터이나, 그걸 알면서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빠르게 치환하는 그 무시무시한 생태계를 주목하여야 한다.
많은 경우에 있어 첨예한 사회적 갈등은 사회적으로 약한 고리들을 타자화하고 희생양으로 삼는다. 이번 사건은 법무부에서 기자 사회로, 그리고 더 나아가면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사진 및 영상기자로 표적이 이동하기 쉬울 것 같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온 대다수의 '영상'을 다루는 동료들은 그런 괴물들이 아니다. 특히, 현장에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영상기자들은 현장의 감수성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실내에서 진행을 할 수 없었다는 법무부의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오늘날 현장은 혼잡하다.
좋게 보면 언론의 다양화, 좀 나쁘게 말하면 사진기자의 프리랜서화, 정당을 대변하는 유령 언론사들이나 조회수를 통해 영업하는 유사 언론사들까지 합류하면서 현장 취재 인력은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장이 무풍지대는 아니다. 영상기자협회와 같은 단체는 현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학계 및 전문가들과 포토라인 준칙을 만들고, 시민들 눈높이에 맞는 현장 관행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취재진이 많은 경우에 사진기자협회나 영상기자협회, 그리고 인터넷기자협회는 풀단을 구성해서 소스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짚어봐야 하는 실무적 핵심은 현장 기자의 요청이라는 법무부의 단순한 해명보다 브리핑을 진행하는데 이들 실무자들과 어떤 협의가 오고 갔는가와 그 준비의 밀도에 있다.
문제를 볼 때 누군가를 타자화하는 방식은 가장 직관적이고 쉽다. 하지만 정말 좋은 언론 생태계를 원한다면 보다 정확한 번지수에서 논의가 오고 갔으면 한다. 가장 포괄적인 차원에서는 이번 계기를 통해 공무원 조직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의 위계 문화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다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현장에 있지도 않은, 책상 앞에 있는 기자들이 맥락에서 떼어낸 사진 위에 자신의 프레임을 씌우는 관행을, 그 정쟁화의 의도를 비판했으면 한다.
'황제 의전' 헤드라인 붙인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야
이번 경우는 그날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과 기자의 행동에 과도한 인격적, 정치적 해석을 하기보다는 사진 소스를 통해 정치적 프레이밍을 하는 방식과 이를 재생산하는 구조, 그리고 언론사와 정부의 소통 구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적으로 지식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구성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짜 뉴스라고 부르는 비판의 방식은 이렇게 영상이나 사진과 결합한 숨은 의도들을 잡아내기에는 뭉툭하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보다 깨끗한 화면과 음성을 전달하려는 프로토콜을 통해 보좌관에게 뒤로 가달라고 말한 기자보다는, 같은 논리로 우산을 들고 버텨준 보좌관보다는, 맥락에서 한 장의 사진을 떼어내어 '황제 의전'이라는 헤드라인을 붙인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먼저 그 이유를 물어야 한다.
또한 현장을 이해하면서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를 확대 재생산한 언론사 데스크와 정쟁의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정치권에 그 질문이 가야 한다. 그리고 보다 실무적으로는 법무부가 언론사 기자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가 약해지면서,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할 대안적인 방식들이 생기면서 공보와 언론의 관계는 대칭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언론의 발전을 위해서 사진의 안뿐만 아니라 사진 밖의 구조화 과정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분쟁적이지만, 논의에서 엉뚱한 사람들이 허물을 뒤집어쓰거나, 핵심이 아닌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혐오가 양산되면서 이 문제가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3
공유하기
'황제 의전' 논란? 옛 동료 기자들을 위한 변명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