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인물형토기 발굴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하지만, 발굴 당시의 사진을 보면 하인상이 앞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인이 앞서고 있다니 이 금령총의 주인은 다른 신라의 장수들과 다르게 비겁했던 것일까요?
답은 하인이 손에 들고 있는 방울에 있습니다. 예로부터 방울은 귀신을 부르거나 쫓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이 기마인물형토기가 발견된 곳은 금령총이라는 무덤입니다. 전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저승으로 가고 있는 길이지요. 저승 가는 길에 하인이 방울로 주인의 영혼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바라보니 살아서 평생을 용맹하게 전쟁에서 싸웠던 주인의 영혼을 하인의 영혼이 편안하게 모시고 저승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인의 얼굴을 보니 "평생을 앞서서 싸우셨으니 이제 편안히 제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세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기마인물형토기 주인상은 결코 비겁했던 것이 아니라 살아서의 책임을 다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인 의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단체 따위에 대하여 주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야 한다는 의식'입니다. 비령자처럼 목숨을 거는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주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자신의 삶에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희망을 가지고 행복해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가끔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어려움이 짓누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자신의 무능력함에 진저리 쳐질 때도 있습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현실이 이런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탓하고, 해결보다는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비령자가 전쟁이라는 위기의 상황에서 그 이름을 빛냈듯,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극복의 열쇠는 내 삶의 주인은 내가 되는 것, 즉 나를 사랑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듬어 안아주는 따스한 마음도 함께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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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삶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초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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