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소연
1. 당 내 대선주자들이 모여 쪽방촌 봉사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 행사에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는 불참했다. 그런데 다른 후보에게도 불참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2. 이준석 당대표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저거, 곧 정리된다"고 말했다. 폭로자는 '윤석열 후보 쪽은 곧 정리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고, 이준석 대표는 통화녹취록을 공개하며 '당 내 갈등상황이 정리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두 사건 모두 폭로자는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전 제주도지사)다. 한번은 윤석열 후보를 치고, 다음엔 이준석 대표를 치면서 이슈가 됐는데, 이를 두고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인지도 상승을 노리고 분란을 일으킨 거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하지만 원 후보의 두 차례 폭로 뒤 중구난방이던 국민의힘이 정리돼 가는 느낌이다. 이준석 대표를 향한 공격이 난무했던 윤석열 후보 측이 잠잠해지는 동시에 이준석 대표 역시 입이 무거워졌다. 경선을 일방적으로 기획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선거관리위원장까지 맡을 걸로 보였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은 사퇴했고 정홍원 전 총리가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2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원희룡 예비후보는 "공정 경선이 이미 이탈했는데, 정상궤도로 되돌리지 않으면 나중에 큰 후환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 온 몸을 던진 것"이라고 폭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게 정리됐으니 나는 원래 경쟁자인 윤석열에 초점을 맞춰야지"라고 했다.
두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없는 원 후보가 당내 부동의 1위 윤석열을 이길 수 있을까. 우선 최재형부터 따라 잡아야 하지 않을까. 정치권 밖에 있었던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원 후보는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웠다는 것에 대한 환상적인 기대감,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대감"이라며 "깨질 가능성이 많다"고 단언했다.
제주 서귀포 출신인 원희룡 전 지사는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 검사 생활을 이어가던 중 김부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권유로 1999년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인 2000년 16대 총선 때 서울 양천갑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남경필·정병국과 함께 한나라당 개혁을 주도하는 '소장개혁파 운동'을 이끌며 정치 이력을 이어왔다. 17·18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구갑에 내리 당선됐고, 2014년 6월~2021년 8월까지 제주도시자를 지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사직을 중도 사퇴했다.
다음은 원희룡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원희룡이 말하는 폭로의 이유
-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를 비판한 뒤 이준석 대표까지 비판하면서 일각에선 원희룡 개인의 존재감이 부각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당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라는 지적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제 경쟁자는 윤석열 예비후보다. 후보가 당에 들어와 정책은 안 만들고 난리를 피우니 토론과 검증의 장으로 들어오라 한 것이다. 그러다 제가 갑자기 이준석 대표를 문제 삼은 건 경선 룰 때문이었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 역선택 방지, 일정 등은 후보들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후보들 의견을 취합해 조정하고, 객관적인 근거로 경선룰을 만드는 게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아직 당내 선관위도 구성되지 않았는데, 압박 면접, 택시 면접, 합숙프로그램 등 경선 방식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됐다. 제가 아주 기겁했다.
이 때문에 서병수 당시 경선준비위원장과 면담하고 장시간 통화했는데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대표와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제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통화까지 이뤄진 거다. 저는 이 대표가 고려 기간을 갖고 휴가가 끝난 뒤 후보들의 의견을 듣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통화 다음 날 일사천리로 (경선 일정을) 발표해버렸다. 대표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왜 경선에 관여하느냐, 왜 결정도 안 된 것을 발표하나'라고 했더니, (이 대표는) '관여한 것 없다, 결정된 거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사실 이 대표와 만나서 얘기하면 되는 부분이었는데, 이 대표가 휴가를 가는 바람에 통화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부터 통화 내용을 폭로하려던 건 아니다.
당내 대선주자 토론을 당겨서 하는 건 저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일부 후보가 불공정하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러다간 공정한 경선 자체가 좌초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김기현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에 '당신들이 나서서 바로 잡아라'라고 했다. 그런데 다들 발을 뺐다. 저는 공정 경선이 이미 이탈했는데, 정상궤도로 되돌리지 않으면 나중에 큰 후환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 온 몸을 던진 거다.
결론적으로 서병수 경준위원장이 물러났다. 그런데도 경준위서 논의된 사안이 이미 추인된 것처럼 얘기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차후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경선안이 그냥 굳어져 버리는 데 대해 온몸 던져 50%는 막았다. 할 일을 했다 생각한다."
- 본인의 존재감을 높이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선 자체가 불공정으로 흘러가고 있어 막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몸 던져 막은 거다. 그게 정리됐으니 나는 원래 경쟁자인 윤석열에 초점을 맞춰야지. 제가 원래 경선 레이스를 열심히 달리고 있었는데, 불공정 경선이라는 게 갑자기 끼어들어 중앙선을 침범하니 그것부터 원래 차선에 밀어넣은 거다."
"원희룡 지지할 사람들이 지금은 윤석열에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