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의 절반에 들여 온 장난감
이준수
나는 중고거래를 물건의 처분과 용돈 벌이를 위해 하기도 하지만, 자녀 교육 목적도 있다. 얼마 전 일곱 살 딸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다. 장난감의 이름은 팝잇 혹은 푸시팝. 내가 보기에는 단순히 뽕뽕 소리가 나는 고무를 푹푹 누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굉장한 의미가 담긴 물건인 듯했다. 유치원에 자기 빼고 다 가지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못 들은 척했다. 아이들 세계에서 유행하는 장난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행이 금방 변할 뿐더러 조악한 장난감도 흔하다. 무엇보다 이미 집에는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해 비싼 대금을 치른 예비 쓰레기가 한가득이다. 몇 번 조르고 말겠거니 했던 실랑이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반대하면 할수록 반발심이 생긴다더니 3주가 지나자 거의 갈등에 가깝게 번져버렸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중고 거래를 제안했다. 7세 아이는 장난감을 가질 수 있다는 마음이 앞서서인지, 아니면 편견이 없어서인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이와 함께 중고 물품을 검색했다. 인터넷 가격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대에 매물이 잔뜩 있었다. 아이는 5개 묶음 상품을 골랐다. 색깔도 모양도 다른 다섯 가지를 합쳐서 9천 원 밖에 하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새 제품이나 다름없었다.
"장난감을 새로 사지 않고 다른 사람이 쓰던 걸 사는 거야. 그러면 자원도 아낄 수 있고, 돈도 절약할 수 있어. 우리도 나중에 지겨워지면 중고로 다시 팔자."
"평생 가지고 놀 거야."
우리 가족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중고 거래를 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강한 열기였지만 아이를 차에 남겨두지 않았다. 거래의 분위기와 방식,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방법을 몸에 익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팝잇은 당장에 우리 집 슈퍼 스타가 되었다. 온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고무를 쪼물딱거렸다. 팝! 팝! 터뜨리고 다시 부풀어 오르게 만들고 팝! 팝! 단순한 유희가 있었다.
보름이 지난 현재, 화제의 주인공이었던 팝잇 오 총사는 장난감 수납함 아랫단에서 조용히 잠을 자고 있다. 30도가 넘는 뙤약볕을 견디며 거래한 물건이건만 유행품의 운명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아이에게 아쉬운 소리는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9천 원짜리 장난감을 사준 것이 아니라, 9천 원으로 9만 원어치의 환경 교육과 경제 교육을 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를 매개로 하고 있지만 중고 거래의 일상화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는 이번 여름에 아이패드와 DSLR 카메라를 처분했다. 모두 2014년에 결혼하면서 구입한 물건이다. 스마트폰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두 물건을 쓸 일이 거의 없어졌다. 모니터를 구입할 때도 매장 내 전시 상품을 택했다. 정가 40만 원인 모니터를 29만 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재사용과 자원 절약을 가르치면서 부모가 실천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소비 욕구 면에서 아이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딸이 새로운 장난감에 눈독을 들이는 만큼이나 나는 스피커에 관심이 지대하다. 당장 필요하거나, 사지도 않을 거면서 구매 희망 목록에 들어있는 물품의 세일 시즌을 점검한다.
자녀와 함께한 중고 거래 경험은 소유욕을 절제하고,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하는데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더러 가정에 지나치게 물건이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원의 낭비를 막고, 쓰레기 매립지를 한 평이라도 덜 채울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앞으로 2주만 더 기다려보고 아이가 여전히 찾지 않으면 팝잇을 다시 중고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 우리가 산 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그래도 한 번 손바뀜을 했으니까. 처음 구입과 마찬가지로 거래 현장에 꼭 아이를 데리고 나갈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두루 겪어봐야 두고두고 중고거래의 맛을 알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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