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들이 버려진 옷들을 풀처럼 뜯어먹고 있다.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중.
KBS 환경스페셜
쓰레기 문제는 기후 위기와도 닿아 있다. 쓰레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대량생산되었다는 방증이고, 기후 위기의 원인인 탄소 배출물은 대량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의류 산업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싸게 사서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치명적 단점이다.
옷을 세탁할 때도 문제다. 빨 때마다 옷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와 하수도로 빠져나간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의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약 35%는 합성섬유 제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평균 세탁량에 대입하면 1년에 1000톤이 넘는 미세섬유가 나오는 셈이다.
그러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할까.
(윤동주) 시인은 먼저 슬퍼한 자, 깊이 슬퍼한 자, 끝까지 슬퍼한 자들이 슬픔에 짓눌리지 않고 슬픔을 말하는 것으로 세상이 조금씩 나아졌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슬픔은 보시가 된다.
- <있지만 없는 아이들> 중, 은유 지음, 창비 출판사
은유 작가의 책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대단하진 않지만, 나도 슬픔을 보시하기로 했다. 지구의 슬픔에 나도 보태기로 했다. 입는 옷을 오래 입고, 새 옷 대신 중고 옷을 입음으로써,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중고의류 상점 사장님이 부자 되시면 좋겠다
올여름, 인터넷 중고의류 매장에서 중고의류를 네 벌 구입해 봤다. 당연히 새 옷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멀끔했다. 예전에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툰베리가 걱정됐다. 툰베리는 10대 소녀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인데 대체 어쩌자고 저렇게 과감한 말을 할까.
이 걱정은 중고 의류에 대한 내 편견에서 비롯됐다. 중고 의류를 사 보니 알게 됐다. 예쁘고 질 좋은 옷이 남에게도 팔 수 있는 중고 의류가 된다는 걸 말이다. 툰베리도 예쁘고 좋은 옷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