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도 '삼선'이 들어가면 좀 나을까??다 그런 건 아니다.
오마이뉴스
권불십년? 삼선 12년!
삼선짬뽕. 고급 짬뽕의 상징이다. 일반 짬뽕보다 비싼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맛도 있고 몸보신용으로도 좀 더 낫다. 삼선슬리퍼. 실용성, 편안함, 가성비의 상징이다. 그러고 보니 '삼선'이 들어가는 것은 다들 나름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정치에서도 '삼선'이 들어가면 좀 나을까?
삼선(3선)의 힘으로 우리 지역에 힘이 되겠습니다.
보통 '삼선'에 도전하는 의원들이 주로 쓰는 슬로건이다. 삼선 국회의원이라 하면 '힘과 실력의 조화' 같은 이미지가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초선 때는 의욕적으로 겪고 배우고, 재선 때는 일을 알고 처리하고, 삼선쯤 되면 권한을 어떻게 쓰는지 능수능란해 지니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안 좋은 것도 적지 않다. 삼선이면 보통 12년 임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권력을 지칭하는 말 중에 '권불십년'이란 말도 있다. 경험적으로 봐도 고인 물(권력)이 썩는 것도 그쯤 되지 않을까? 그래서 국회 개혁을 논할 때 '삼선 이상 못 하게 하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물론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법을 정하는 힘 있는 사람들이 다들 삼선 넘는 의원님들인 것을 우리 모르지 않는다.
제가 겪어보니 알겠습니다... 구청장 삼선은 안 뽑겠습니다
주변에 '삼선' 구청장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같은 구청장이어도 초선, 재선, 삼선일 때 각각 평가가 달라지는데 주민들 이야기와 주변 정치권 의견을 종합해 보면 삼선에는 고개를 절래절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민들에게 좋은 정치서비스, 적극적인 행정서비스를 안 한다는 불만이 많다. 쉽게 말해 '말을 잘 안듣고' '일을 잘 안 한다'는 거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자치단체장은 보통 3선까지만 할 수 있다. 삼선이 되면 다음이 없으니 눈치를 좀 덜 본다. 다시 구청장 할 거 아니니까 좋게 말하면 소신정치 소신행정을 하고 나쁘게 말하면 주민 눈치까지 안 보는 행정을 할 때가 잦다. 물론 예외는 있다. 구청장 삼선 찍고 더 높은 곳으로 영전을 노리는 분들은 아무래도 다르긴 하다. 그래도 '소신행정'의 극치를 달리다 보니 이견 조정, 토론 같은 게 별로 없는 경직행정이 된다. 당연히 주민들에겐 고구마 100개쯤 먹는 답답행정이다.
두 번째로, 매너리즘과 자기경험의 과대평가다. 10여 년 겪다보면 숙원사업, 민원도 겪을 대로 겪어서 새롭지가 않다. 사실 행정에서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예전엔 안 됐지만 환경이 바뀌어서 되는 것들, 시대와 사람이 변하면서 새롭게 바라봐야 할 것들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가 자리 잡는 순간 꼰대행정, 구태행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10여년 무소불위의 '장'을 하고, 선거에서도 계속 이기고, 거의 제왕적인 권한 속에 수백수천 명의 직원들로부터 둘러싸여 있는 분들에게 자기경험의 과대평가는 거의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것은 독선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일 안 하는 조직, 경직된 조직
마지막으로, 삼선 구청장이 있는 곳은 일을 잘 안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조직의 역동성이 거의 사라진다. 공무원들을 움직이는 힘, 공무원들의 낙은 승진 아닐까? 승진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아 승진하고 사무관이 되고 과장, 국장 달고 조직 내에서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아지는 건 공무원(구청직원)들의 당연한 목표다.
그런데 10년쯤 구청장(사장님, 직원들은 단체장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이 변화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이 구청장 밑에서 승진할 '라인' 사람들은 다들 별 일 없이 잘 승진한다. 괜히 나서서 실수하거나 남에게 미운털 박힐 이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역동적인 행정, 적극행정보다는 그냥 이대로 쭉 가는 행정을 택한다.
반대로 지금 구청장 밑에서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라인(꼭 라인이 아니어도 지금 구청장과 스타일이 안 맞는 사람들) 사람들은 어떨까? 죽어라 열심히 해도 부당해 보이는 결과를 받아들고, 그렇게 한 번 두 번 하다보면 '내가 왜 열심히 해?' '내 몫만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 어느새 자리 잡는다. 무슨 조선시대 숙종, 영조처럼 사화나 환국으로 라인 바꿔가며 정치하는 시대가 아니니 뭔가 크게 바뀔 일도 없다.
아주 악의적이지 않게, 특별하게 못되거나 나쁜 사람도 없이 이 조직에는 자연스럽게 서로서로 두루두루 일을 '절대 찾아서 하지는 않는' 문화가 스며든다. 그런 조직문화는 어느새 조직 전체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그런 상황의 최대 피해자는 행정서비스를 받는 주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