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시 구로구 항동에서 주민들과 인근 학부모회가 연 인형집회의 모습.
항동초 학부모회 제공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네 한가운데, 초중학생 통학로 한가운데에 5층짜리 상가 규모로 모든 공사차량이 5년간 왔다갔다 하는 공사본부 수직구가 들어온다고 한다. 현장을 본 사람들은 '수직구만큼은 여긴 안 된다'고 하는데 업체 측은 주민의 말을 듣지 않는다. 지역구 국회의원실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국토부와 지역구 의원이 의지를 안 보이니 업체는 주민을 더 무시하는 것 같다.
정부는 광명-서울고속도로를 강행하고, 주민은 절규한다. 이 지역 구의원 입장에서 보니, 지역 여당 민주당은 정부 눈치에 주민들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에선 '교체해봐야 바뀐 게 없다'는 뼈아픈 이야기가 나온다. 아니, '배신감이 더 심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지난 24일에도 집회가 열렸는데(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를 위한 인형집회다), 현장 분위기는 몇몇 언론이 던지는 반집권당 정서보다 더 매섭다.
권한을 쥔 사람들이 기업 편을 들어 공사를 강행하고, 맞서 싸울 힘이 있는 사람들이 국민 눈치 아닌 다른 눈치를 보니 지역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일절 차단된다. 그러니 소위 '메이저 언론'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는다.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분명히 있는데 마치 없는 일처럼' 권력의 힘에 눌린다. 결국 주민들은 길바닥으로 나올 수밖에.
기록적인 더위에 누가 1인시위를 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언론에 제보하고, 코로나 방역지침 아래서 인형집회를 열고, 금쪽같은 자기 시간을 써서 정부와 버거운 싸움을 하고 싶을까. 권력과 민주주의 시스템이 목소리를 외면하니 벌어지는 일이다. 주민들은 "상식인데 안 하니까 정말 열 받는다, 민주당이니까 더 열받는다"고, "지난 정부 때 이런 걸 비판하며 표를 받아갔던 사람들이 처지가 바뀌니 그들과 똑같이 군다"고 말한다. 일개 구의원인 나만라도 주민들과 함께 해보지만 권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다. 이럴 땐 정말 '제대로 된 집권당'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