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광역의원들의 생사는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는 구조다.
오마이뉴스
내 주변에도 괜찮은 지방의원들이 있다. 열심히 활동하고, 주민 편에서 고민하는 의원들이다. 그런데 그런 '싹수'가 있는 지방의원들도 다음 선거 공천, 지역 위원장의 심기, 그 지역 국회의원의 눈치 앞에선 소신을 접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엔 소신을 펴다가 공천에서 잘려나가기도 한다. '주민에게 열심히'보다, '당과 공천자에게 적절히'가 더 중요하니까.
지방의회 세계의 불문율이 있다. 2인선거구, 3인선거구 체제에서 구의원은 1번당, 2번당 공천이 사실상 당선을 의미한다. 아마 2인선거구는 100% 당선이고, 3인 선거구는 자기들끼리 두 명을 내서 한 명 떨어지는 것 빼고는 100% 당선일 것이다.
사실상 지방의원 배지를 주민들이 달아준다기보다는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이 달아주는 구조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인도, 열심히 해보려는 구의원도 이런 구조 앞에서는 결국 무기력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의회개혁을 위해 나와 함께 힘을 합치자고 했던 의원이 "김 의원 미안하네... 나도 당에 속하고, 위원장에 메인 몸인데 어쩔 수 없는 거 이해하지?" 하면서 의회 투표날 아침에 말을 바꾸고 등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까리' '거수기'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이 완전히 틀렸다곤 말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런 선거제도와 공천권을 바꿔야 그나마 지방의회가 주민을 위해 일을 할 텐데, 바꾸는 권한은 국회에 있고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내어놓는 결정을 할 이유가 없다. 이대로가 좋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재선, 3선 달성을 위해 선봉에 나서줄 사람, 자신에 대한 충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는 지방의원을 자기 손으로 굳이 없앨 필요는 없다. 사실 정치제도 개혁, 선거제도 개혁, 지방분권, 뭐 이런 것들이 그럴싸한 이유로 결렬되고 불발되곤 하지만 그 속 이유는 어쩌면 단 하나 아닐까. 결정권자 국회의원의 기득권,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겨뒀기 때문이다.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로
선거제도 개혁, 지방의회 역할론, 이런 것에 많은 국민들은 관심없어 한다. 내 삶에 영향도 별로 안주면서 자기들끼리 정쟁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잘못된 이해와 무관심 속에 우리 혈세를 아깝게 새어나가게 만들고 기득권이 또하나의 권력을 나눠갖는 그들만의 리그가 자리잡는다.
지방의회 선거 제도만 제대로 바꿔도 그 권력을 다시 국민이 행사하고, 수천 명의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 좋은 일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밥값하도록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걸 혐오하고 무시하는 건 국민에 좋을 일은 아니다.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 국회의원을 뽑는 것, 중앙 언론에 나오는 여의도 정치만 국민 주권의 대상인 건 아니다. 없는 것 같고, 안 보이는 것들에 중요한 권력도 많고, 내 삶을 바꾸는 정치도 많다.
앞으로 나는 국회의원을 필두로 기득권들이 좌지우지하는 지역정치, 지방의회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동네 정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리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굴러가는지, 동네에서의 진보와 보수는 뭘 갖고 어떻게 투쟁하는지 말이다. 관심 있는 사람은 관심을 가져달라. 이것 역시 당신의 주권을 찾고 지켜내는 아주 중요한 민주주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