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준궤도 우주 관광을 생중계하는 버진 갤럭틱 홈페이지 갈무리.
버진 갤럭틱
그러면 이러한 양적 비교 외에 브랜슨과 베이조스 우주여행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버진 갈락틱은 NASA 우주왕복선 프로젝의 전통에 따라 우주왕복선과 캐리어 비행기를 동시에 개발하였다. 이로써 발사후 차례로 분리되는 1, 2, 3단 로켓과 같이 소모되는 부분없이 캐리어 비행기와 우주왕복선을 무한정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상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또한 수직발사에서 오는 부담감도 없고, 우주왕복선이 조종사와 부조종사에 의해 운행되기 때문에 비행다운 비행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후발주자인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New Shephard)호는 아폴로(Apollo)의 운행원리와 같이 수직 발사된 후, 일정 고도에서 로켓을 분리하면 자체 조종능력이 없는 크루 캡슐이 대기권에 머무르다 지구로 자유 낙하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수직 착륙하는 방식이다. 아폴로와 다른 점이라면 분리된 로켓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 다음 미션에 재사용되며, 캡슐이 바다가 아닌 지상에 사뿐히 내려앉게 된다.
따라서 버진 갈락틱과 블루 오리진의 우주여행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 없고,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한 차별화된 상품을 시장에 제공하는 셈이다. 동일한 점은 두 모델 다 지구 궤도까지 올라가지 않고 '준궤도'(sub-orbital)를 운행하기에 상업용 여객기보다는 훨씬 빨라야겠지만, 지구 궤도를 운행하는 우주선만큼 빠르지 않아도 된다. 또한 안전성 측면에서도 NASA가 운행하던 우주왕복선보다 뛰어나 상업화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단단히 하고 있다.
두 회사의 차이점은 비즈니스 방식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지에 의하면, 현재까지 버진 갈락틱에 만불을 내고 우주여행을 예약한 사람은 6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브랜슨이 자신의 우주여행 하루 전날 만났다던 친구 일런 머스크도 만불 예약금을 낸 사람 중 한명이다. 한화로 3억원(25만불)이나 하는 이 상품을 사겠다고 예약한 사람들 가운데엔 유명인사인 져스틴 팀버레이크, 톰 행크스, 레이디 가가 등도 포함돼 있다.
한편 360억원에 달하는 경매가 지불 능력이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 아버지를 둔 덕분에, 18세 올리버 데이먼은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이번 미션에 동참해 최연소 우주여행 기록을 세웠다. 블루 오리진은 이와 같은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이미 12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새로운 산업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억만장자의 우주여행 뉴스는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돈이 남아 넘쳐서 죽는 날까지 펑펑 써도 다 쓰지 못할만큼 있는 자들의 돈놀이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신기해하면서 부러워하는 걸로 끝내야 하는 걸까. 베이조스와 브랜슨의 우주여행 뉴스를 접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버진 갈락틱은 브랜슨을 싣고 우주에 오르기까지 무려 17년간이란 세월을 연구 및 개발에 투자했다. 현재 천명에 가까운 사람이 이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먼 미래의 일일 것만 같았던 우주여행 사업은 미국내 공대생의 일자리 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직도 고용시장에 추가시켰다. 심지어 회사 청소하려면 청소원도 필요하고, 물품 운반하려면 운전사도 필요하니 여러 모로 고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회사가 세워진 도시의 지역 경제는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전에 없던 돈이 소비사장으로 유입되는 셈이기에 소비는 증가할 것이고, 주택시장 역시 활성화된다. 그리고 소매, 외식 산업이 지연스럽게 상승곡선을 타게 되어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덩달아 좋아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1984년 텍사스주 어스틴(Austin) 근교에 세워진 대규모 컴퓨터 회사 델(Dell)이다. 마치 울산의 현대, 포항의 포항제철로 인해 지역경제가 윤택해지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억만장자의 우주여행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민간인 주도 우주여행의 시작이라는 이정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억만장자의 우주여행이 가능하기까지 이십년 가까이 투자 및 산업의 육성이 이루어져 미국 사회와 경제에 이바지한 점이 사실상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3억원을 호가하는 우주여행을 재정적으로 감당할 사람이 소수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꾸준한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져 생산원가를 낮추게 된다면 이 또한 언젠가 대중화될 날이 올 것이다. 이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업이 사업을 계속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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