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여름마을의 풍경은 2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두리
지금도 고향집에 내려가면 엄마랑 동생은 저녁에 꼭 동네 산책을 간다. 이미 덥고 지쳤는데 굳이 몸을 움직이나 싶지만, 막상 따라 나가보면 졸졸 물소리와 사라락 벼를 훑는 바람 소리부터 시원하다. 조금 후끈해진 상태로 돌아와 샤워하고 누으면 다시 더워질 새도 없이 잠든다.
엄마가 만들어 준 여름밤의 추억. 시골의 여름 내음. 청명한 하늘. 내 안에 있는 그것들이 무더운 여름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에게 여름은 어떨까. 땀띠로 고생스러운 계절로 남을까. 즐겁고 푸르른 계절이 될까.
노을을 바라보는 느긋한 저녁, 소나기 뒤의 무지개 뜬 하늘, 파도 밀려오는 해수욕장을 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것들이 너에게도 힘이 되기를. 엄마가 내게 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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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시골 출신.
조상신의 도움을 받아 소소한 행운을 누리며 군산에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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