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14~15일 서울 도심에서 심야 차량시위를 기획했다. 이들은 "정부가 방역을 강조하며 자영업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넘어 더는 버틸 힘마저 없는 우리에게 인공호흡기까지 떼어버리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코로나가 시작된 것도 가게가 어려워진 지도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처음으로 자영업자가 모이는 집회에 참석했어요. 그동안 벌어둔 돈은 다 까먹고 대출받은 것도 다 쓰고... 폐업 직전의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뭐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서울 종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상우(51)씨는 지난 14~15일 밤을 꼬박 길 위에서 보냈다. 영업 제한 시간인 오후 10시에 가게를 정리하고 곧장 차를 타고 여의도, 상암동으로 이동했다. 그는 차 안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이씨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방역만을 강조하는 정부에 '우리가 뭘 잘못했냐'고 되묻고 싶었을 뿐"이라며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경찰은 차 번호를 적고 내 사진을 찍으며 범법자 취급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죽하면 차를 가지고 나와서 시위 하겠나"
이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 수백 명은 14일 밤엔 여의도 공원과 혜화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일에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사거리 인근에서 야간 차량 시위를 벌였다.
카페, 호프, PC방, 코인 노래방 등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길 위에 서서 "정부의 4단계 거리두기 조치는 자영업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넘어 더는 버틸 힘마저 없는 우리에게서 인공호흡기까지 떼어버리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5년여 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한 이아무개(45)씨가 심야 차량시위에 나선 이유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1년 6개월여를 거치며 빚이 4~5억 원가량 늘어났다"라고 밝힌 그는 "자영업자의 몰락은 대한민국 중산층의 몰락과도 같다. 매달 임대료, 관리비, 전기요금이 고정비로 나가는데, 감당할 수가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지침이 발표된 지난 1주일은 정말 최악이었어요(한숨). 코로나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하루 매출이 80%정도 떨어졌으니까요. 뭐 가게 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아무도 오지 않으니까요. 오죽하면 우리가 차를 가지고 나와 시위를 했겠습니까."
이아무개씨는 "방역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생각해낸 게 차량시위였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올라간 지난 12일부터 도심 내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시위는 불법이다.
그는 "시위하면서도 평화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교통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심야 시간을 선택했다, 그런데 경찰은 자영업자들을 과격단체처럼 취급했다"라고 말했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시위에 참석한 차량은 14일 700여 대, 15일 500여 대에 달한다.
경찰은 자영업자의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300여 명에 달하는 경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저녁부터 서울 도심 25곳에 검문소를 설치한 경찰은 차량시위에 참석한 자영업자들을 향해 "1인 시위가 아닌 집회는 모두 금지된다"는 경고 방송을 반복하며 차량 이동을 통제했다.
차량 시위 참여자, 500~700여대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