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은 부지런을 떨 가치가 있다.
이준수
'이것'을 줄이자, 돈이 남았다
둘째, 육식 비중의 감소. 우리는 고기를 줄였다. 벌써부터 고기 마니아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하다. 사실 나도 고기가 좋다. 고기 없으면 밥 못 먹는... 까지는 아니더라도 채식주의자는 결코 되지 못할 식성과 체질의 소유자다. 그렇지만 고기를 줄인 명확한 이유가 있다. 자식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두 명의 자식이 있다. 내 인생은 아버지가 되기 전과 그 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가치관의 변화가 뚜렷하다. 현재 지구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갖은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시베리아의 툰드라 지대가 녹고, 유럽과 미국이 불볕더위에 시달린다. 동시에 오랜 기간 폭우가 쏟아져 수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세대들이 생존하기 힘들어진다. 이건 윤리적인 당위가 아니라 과학적인 사실에 가깝다. 나는 기후 변화를 위해서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2050 거주불능 지구>, <우리가 날씨다>,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같은 책들을 읽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내가 품고 있던 몇 가지 오개념을 바로 잡게 되었다.
나는 '육식'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육식이 대기 중 온난화 가스에 미치는 영향은 51%나 된다. 처음에는 오타인 줄 알고 여러 번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51%가 맞았다. 어째서 그런가. 우선 반추동물(대표적으로 소)은 트림이나 방귀로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가스로써 20배나 더 강력한 효과를 낸다.
또 소를 키우려면 목장과 축사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숲이 사라진다. 대두와 같은 사료의 재료를 재배하기 위해서도 땅이 필요하고, 곡식을 사료로 가공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화석연료가 쓰인다. 정리하자면 육식이라는 피라미드 꼭대기를 지탱하기 위해 거대한 기반 환경이 파괴되어야 하는 것이다.
엉뚱하게도 육식 축소의 결과는 남아도는 식비다. 돈을 아끼기 위해 육식을 줄인 것은 아니었으나 최종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보았다. 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육고기가 견딜 수 없을 만큼 당기는 날에는 닭을 먹는다. 소보다는 돼지가, 돼지보다는 닭이 사육과정에서 탄소를 덜 배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