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비의 기본은 최소한의 소비입니다. 친환경 식재료를 사면서도 하루 식비 1만 5000원. 가능할까요?
최다혜
"3년째 식비 동결이라니... 유기농 식재료도 사야하는데 너무하다."
남편 말도 일리가 있다. 올 봄부터 식비 예산을 한 달 5만 원 정도 초과하기 일쑤였는데, 그 원인은 '유기농 식재료'와 '동물 복지 계란'이다. 월급이 오른 것도 아니면서 매달 식비 예산을 초과해가면서 유기농 식재료와 동물 복지 계란을 사고 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라는 것이 바로 우릴 두고 하는 말일까?
주눅이 들다가도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유기농 식재료와 동물 복지 계란 구매는 계속 이어가고 싶다. 우리 부부는 2021년, 1년 간 어떤 실험 하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 주제는 바로 '기후 위기와 쓰레기 팬데믹 대응 하기'. 갈수록 지구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기 버거워져,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닥치는 대로 해보자 마음 먹었다.
지금 쓰고 있는 <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연재도 실험의 한 과정이다. 남편과 2주에 한 번 번갈아가며, 아내와 남편의 입장으로 4인 가족의 지구 지키기 경험담을 쓰고 있다.
남편이랑 함께 <지.구.가.>를 연재하고 있다고 말하면, 많이들 오해하신다. 남편이랑 마음이 맞으니 얼마나 좋냐고! 정말 오해하시는 거다. 우리는 '지구가 망하지 않으려면 살던 대로 살아서는 안 돼'라는 점에서는 같은 별을 바라보는 게 맞다. 하지만 실천 방법 면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조금씩 달라 다투기 일쑤였다.
건조기를 사자는 남편, 반대하는 나. 주택에서 텃밭 농사로 적당히 자급하며 살자하는 나, 반대하는 남편. 필요한 가구는 중고로 사자는 나, 새 것을 오래 쓰자는 남편. 그리고 지금은 친환경 식재료 가격에 맞게 식비를 올리자고 하는 남편과 외식 횟수를 줄여 1만5000원에 맞춰보자는 나.
가족의 마음을 얻는 일은 너무 어렵다. 너무 어렵기 때문에 때로는 초강수를 두기도 하는데, 그게 나에게는 가계부 파업이었다. 남편도 안다. 가계부 없이, 그러니까 적절한 절제 없이는 계좌에 구멍이 숭숭 뚫릴 것임을. 다행히(내 입장에서는) 남편은 가계부가 쓰기 싫다.
"아, 가계부 써야 돈이 모이는데. 하루 식비 1만5000원 하자. 가계부 써 줄 거지?"
"응. 한 달만 더 하루 1만5000원 해보자. 자기가 너무 힘들면 다음 달에 올리자."
가계부 파업은 성공했다. 남편도 나도 서로 윈윈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내가 꾸준히 가계부도 써주고(?), 어쨌거나 돈도 절약하고, 친환경 식재료를 사니 손해볼 게 없었다. 나는 나대로 '친환경 소비는 최소한의 소비부터'라는 소신을 지킬 수 있었다.
"한 달 더"를 외친 결과, 2만 원 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