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월에 벼이삭처럼 꽃이 피고, 10월에 씨앗을 맺는다
박미연
봄에는 질경이를 뜯지 않았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질경이에 얽힌 이런 일화가 있었다.
중국 한나라 광무제 때 '마무'라는 장수가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가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많은 병사들이 식량과 물 부족으로 죽어갔다. 게다가 병사들은 습열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아랫배가 붓고 눈이 쑥 들어가고 피오줌을 쌌다. 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말 한 마리가 활기를 되찾고 맑은 오줌을 누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은 돼지 귀처럼 생긴 풀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병사들도 그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그 풀로 국을 끓여 먹고 원기를 회복했다. 그 뒤로 사람들은 이 고마운 풀을 수레바퀴 앞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차전초(車前草)라고 불렀다.
사람의 발길과 수레 바퀴에 밟히면 밟힐수록 더 잘 자라나는 질경이(차전초)! 이토록 생명력이 질기기에 죽어가는 병사들과 말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질경이는 그 씨앗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는 듯하다. 차전자(車前子)! 질경이는 6~8월에 이삭 모양의 하얀 꽃이 피어, 10월 즈음 흑갈색의 자잘한 씨앗으로 익는다고 한다. 차전자는 한방에서 신장염, 요도염, 방광염 등에 약재로 쓰인다. 그 외에도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질 만큼 활용 범위도 넓고 약효도 뛰어나다고 한다.
질경이 나물에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담다
6월 초에 광교산 자락으로 이사를 왔다. 여기저기 질경이가 나 보란 듯이 쑥쑥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즉에 이사를 왔더라면 나물로 해먹었을 텐데. 나물 하면 봄에만 뜯어먹는 줄 알았으니,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눈팅해 놓은 질경이 서식지에서 누군가 나물을 뜯고 있었다. 질경이를 뜯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고 싶어 근질근질했다. 반면 아직도 새침스러운 마음에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어느새 내 발길은 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뭘 뜯으세요?"
"질경이요!"
"지금도 먹을 수 있어요? 질기지 않나요?"
"질기지 않아서 맛이 덜한 걸요."
"아, 지금도 먹을 수 있구나.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 줘서 먹었었는데..."
"그럼 이리 와서 뜯으세요. 손으로도 뜯겨요. 손이 좀 아프겠지만. 난 봄부터 지금까지 뜯어서 먹고 있어요. 밥하고도 먹고, 빵 하고도 먹고, 떡 하고도 먹어요. 제가 좀 몸이 아파서요. 이게 항염 작용을 하잖아요."
주말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혼자서는 뻘쭘하니 옆지기랑 뜯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는 어슬렁거리고 내가 다 뜯었지만...
주말에는 옆지기가 밥을 하기 때문에 나는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다.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지나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도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질경이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질경이 나물을 맛보며 어머니를 추억하고 싶은 마음! 질경이 나물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는 옆지기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직접 채취한 질경이에 대한 애정! 이 세 가지가 잘 버무려지니 엉덩이가 붙어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