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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백숙과 최고 조합인 '이것',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입니다

쌉싸름하지만 영양 한가득, 질경이 나물을 무쳤습니다

등록 2021.07.14 10:01수정 2021.07.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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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길거리에 자라고 있는 질경이가 반가웠다! 도심에 살며 잘 보지 못했는데... 질경이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부른다.


질경이 나물은 어릴 적 이래, 수십 년 동안 먹지 않았다. 그런 까닭일까. 질경이 하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질경이 나물 맛이 나의 몸속 어딘가에 깊이 새겨져 있는 모양이다.

질경이, 밟힐 수록 더 강해진다
 
 6~8월에 벼이삭처럼 꽃이 피고, 10월에 씨앗을 맺는다
6~8월에 벼이삭처럼 꽃이 피고, 10월에 씨앗을 맺는다박미연
 
봄에는 질경이를 뜯지 않았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질경이에 얽힌 이런 일화가 있었다. 

중국 한나라 광무제 때 '마무'라는 장수가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가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많은 병사들이 식량과 물 부족으로 죽어갔다. 게다가 병사들은 습열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아랫배가 붓고 눈이 쑥 들어가고 피오줌을 쌌다. 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말 한 마리가 활기를 되찾고 맑은 오줌을 누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은 돼지 귀처럼 생긴 풀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병사들도 그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그 풀로 국을 끓여 먹고 원기를 회복했다. 그 뒤로 사람들은 이 고마운 풀을 수레바퀴 앞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차전초(車前草)라고 불렀다. 

사람의 발길과 수레 바퀴에 밟히면 밟힐수록 더 잘 자라나는 질경이(차전초)! 이토록 생명력이 질기기에 죽어가는 병사들과 말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질경이는 그 씨앗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는 듯하다. 차전자(車前子)! 질경이는 6~8월에 이삭 모양의 하얀 꽃이 피어, 10월 즈음 흑갈색의 자잘한 씨앗으로 익는다고 한다. 차전자는 한방에서 신장염, 요도염, 방광염 등에 약재로 쓰인다. 그 외에도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질 만큼 활용 범위도 넓고 약효도 뛰어나다고 한다. 


질경이 나물에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담다

6월 초에 광교산 자락으로 이사를 왔다. 여기저기 질경이가 나 보란 듯이 쑥쑥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즉에 이사를 왔더라면 나물로 해먹었을 텐데. 나물 하면 봄에만 뜯어먹는 줄 알았으니,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눈팅해 놓은 질경이 서식지에서 누군가 나물을 뜯고 있었다. 질경이를 뜯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고 싶어 근질근질했다. 반면 아직도 새침스러운 마음에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어느새 내 발길은 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뭘 뜯으세요?"
"질경이요!"
"지금도 먹을 수 있어요? 질기지 않나요?"
"질기지 않아서 맛이 덜한 걸요."
"아, 지금도 먹을 수 있구나.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 줘서 먹었었는데..."
"그럼 이리 와서 뜯으세요. 손으로도 뜯겨요. 손이 좀 아프겠지만. 난 봄부터 지금까지 뜯어서 먹고 있어요. 밥하고도 먹고, 빵 하고도 먹고, 떡 하고도 먹어요. 제가 좀 몸이 아파서요. 이게 항염 작용을 하잖아요."


주말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혼자서는 뻘쭘하니 옆지기랑 뜯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는 어슬렁거리고 내가 다 뜯었지만...

주말에는 옆지기가 밥을 하기 때문에 나는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다.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지나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도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질경이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질경이 나물을 맛보며 어머니를 추억하고 싶은 마음! 질경이 나물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는 옆지기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직접 채취한 질경이에 대한 애정! 이 세 가지가 잘 버무려지니 엉덩이가 붙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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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경이를 다듬고 씻고 삶아서 찬물에 헹구어 채에 받친다
질경이를 다듬고 씻고 삶아서 찬물에 헹구어 채에 받친다박미연
 
질경이 나물, 어렵지 않다. 취나물 무침과 똑같이 하면 된다는 그분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흙과 검불을 떼어낸다. 남아있는 흙과 검불이 다 사라질 때까지 씻는다. 그동안 물을 끓인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는다. 물이 펄펄 끓어오르면 씻어놓은 질경이를 넣는다. 시금치보다 조금 더 오래 삶는다. 시금치보다 더 질기니까.   

찬물에 헹군다. 채반에 받친 후 남은 물기를 손으로 꼭 짠다. 국간장과 들기름, 그리고 약간의 마늘을 넣고 무친다.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볶는다. 좀 더 부드러운 식감을 원하면 물을 몇 스푼 넣은 후 느긋하게 지진다. 접시에 담는다. 깨를 뿌리면 먹음직스럽다. 
 
 물기를 꼭 짠 삶은 질경이를 국간장, 들기름, 약간의 다진마늘로 무친 후 볶는다. 질경이 나물과 닭백숙, 환상의 짝궁!
물기를 꼭 짠 삶은 질경이를 국간장, 들기름, 약간의 다진마늘로 무친 후 볶는다. 질경이 나물과 닭백숙, 환상의 짝궁!박미연
 
그날은 때마침 초복, 옆지기가 땀 흘려 닭백숙을 만든 날이었다. 닭백숙과 질경이 나물의 조합! 의도치 않았는데 참 잘 맞는 궁합이다. 닭백숙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질경이 특유의 쌉쌀함은 안성맞춤이다. 목구멍으로 스르르 넘어가는 닭죽과 쫄깃쫄깃 씹히는 질경이 나물, 이것보다 더 잘 맞는 짝꿍이 또 있을까.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 소복히 담은 밥상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질경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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