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항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물들이 빽빽하다.
조두리
다음날 아침, 우리가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왔다면 영남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올라온 부모님과 동생이 합류해 울릉도 여행 준비를 끝냈다. 육지를 떠나기 전 가장 큰 걱정은 역시나 배멀미였다. 우리 가족은 '멀미가 뭐예요?' 노멀미파와 '여행 내내 멀미약을 홀짝거리는' 멀미파가 극명하게 나뉜다. 중간은 없다.
다행히 조상신 덕분인지, 울릉도 여행 최적기라는 6월을 선택한 우리의 현명함 덕분인지 너무나 고요한 채로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멀미파 중 한 명인 동생은 "멀미약 안 먹었어도 됐을 것 같은데!"라며 거들먹거렸다. 하지만 곧 렌트카를 타고 꼬리를 내렸다.
"배멀미가 문제가 아니었어~ 자동차 냄새. 으으."
아무튼 큰 딸인 내가 가이드하고 사위가 운전하는 '두리투어'가 드디어 시작됐다. 계획한 듯 아닌 듯, 바쁜 듯 여유로운 듯, 여행자의 성향을 파악하며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을 넘나드는 환상의 가이드가 이끄는 여행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울릉도는 그 자체로 환상이었다. 발이 닿는 곳 어디든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최고의 여행지였다. 딱 한 가지만 빼면.
남편은 바다를 좋아한다. 나와 아들이 놀러가고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배낭을 메고 섬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바닷가 마을로 여행을 가면 꼭 "여기서 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 그런데 울릉도 운전 하루만에 "여기서는 정말 못살겠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따져보면 그 곳은 한 면 정도가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바다를 볼 수 있는 '섬'인데다 그 바다라는 게 해외사진에서나 보던 코발트 블루의 투명한 바다인데! 게다가 마을마다 남편 취향의 귀여운 집들이 있는데!
나는 한풀 꺾인 남편의 바다 사랑을 이때다 싶게 놀려주고 싶었지만, 옆자리에서 함께 경험한 바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울릉도 관광이 본격적인 게 도대체 언제인데 2021년인 아직까지도 이 모양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주도로는 좁고 군데군데 공사중인 곳이 많았다.
또 완만한 골짜기가 있는 곳에 위치한 마을의 골목길은 일주도로보다 더 좁아서 건물과 자동차 사이의 여유가 거의 없다시피한 정도였다. 게다가 아주 가파르기까지 해서 오른발을 조금만 잘못 놀리면 이대로 황천길, 아니 바닷길로 갈 것 같았다.
어른들을 리드하는 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