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 최시형의 법어
이상기
'내유신령'과 '외유기화'의 뜻을 해월은 "내유신령은 처음에 세상에 태어날 때 갓난아기의 마음이요. 외유기화는 포태할 때에 이치와 기운이 바탕에 응하여 체를 이루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밖으로 접령하는 기운이 있고 안으로 강화의 가르침이 있다는 것과 '지기금지 원위대강'이라 한 것이 이것이니라."고 하였다. 이렇게 볼 때 '내유신령'은 출생과 함께 성립되고, '외유기화'는 포태할 때 성립됨을 알 수 있다. (주석 1)
최시형은 하늘과 사람과 자연을 '모시면서' 힘겨운 시대를 살았다. 모실 시(侍) 자는 그의 신앙과 철학과 종교의 알짬이 되었다. 그의 '삼경론'과 '사인여천(事人如天)' 사상도 여기서 근원한다.
최시형을 존경하고 그와 크게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온 무위당 장일순의 글을 통해 '시(侍)'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를 살펴본다.
그래서 '시(侍)' 자를 들여다보니까 엄청나요. '시' 자 안에는 '시양(侍養)한다'거나 '시봉(侍奉)한다'(봉양해서 먹여모신다)거나 '사양(飼養)한다'(아랫사람을 먹여 잘 키운다)는 일체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산에 가봤느냐, 산이 어떻드냐,' 산에 가면 산이 둥그렇고 위는 뾰족하고 밑은 넓지. '산에는 뭐가 있더냐.' 바위도 있고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단 말예요. 산이 되는 조건은 여러 가지지요. 바위도 있어야 하고 나무도 있어야 하고 나무도 한 가지가 아니라 수만 가지여야 하고 풀도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가 다 있어야 산이 된단 말이거든요.
그 각자는 산이 되는 조건으로 빠질 수가 없으면서도 서로를 무시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옛날에 착한 분들이 써놓은 책들을 보면, 특히 우리나라의 성인이라 할 수 있는 수운 최제우 선생이나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씀을 보면 그 많은 말씀이 전부 시(侍)에 관한 말씀이라. 그러니까 이 구석을 들여다봐도 시(侍)고 저 구석을 들여다봐도 시(侍)고 시(侍) 아닌 것이 없어요. 그래서 어느 구석에 가서도 그거 하나만 보고 앉아 있으면 편안한 거라. (주석 2)
최시형은 하늘과 사람과 자연을 '모시고' 살았다. 하늘은 그렇다치고 조선시대 백성들은 군주ㆍ 양반ㆍ세도가를 '모시면서' 살아왔지, 한 번이라도 '받들어지는' 대상이 아니었다. 조선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피지배층은 어디서나 수탈의 대상이었다. 자연 또한 '개발'과 '이용'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해월은 이를 '모시는' 대상으로 인식한 것이다.
주석
1> 임형진, 『동학의 정치사상』, 59쪽, 모시는사람들, 2002.
2> 장일순, 「시(侍)에 관하여」,『한살림1』, 69~70쪽,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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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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