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소연
"여성가족부가 여성들에게도 해악이 됐다."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3선, 부산 해운대갑)이 외쳤다.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
하 의원이 여성가족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여성계에선 하 의원을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안티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 나선 하 의원은 이런 지적에 적극 반박했다. 자신은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고, "젠더갈등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 설치를 내세운 점도 강조했다.
오히려 여성가족부가 "젠더갈등 조장부가 됐다"는 게 하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여성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성노동은 고용노동부에서, 여성복지는 보건복지부에서 다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에 전파하려고 했던 건 다 끝났다"고, 이제는 "모든 부처에 남녀평등 인식"을 심는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졸업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소위 586 정치인이었던 하 의원은 스스로를 "두번 전향"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여전히 기본 마인드가 1980년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라며 "586의 정치행태를 보면 타도할 대상을 계속해서 찾고, 타도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타도 대상에 포함시켜서 끊임없이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타도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 관점을 가진 하 의원은 지금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여성가족부와 페미니즘을 놓고 전선을 긋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페미니즘은 과연 타도해야 할 대상인가, 타도하지 말아야 할 대상인가. 586의 정치행태에 대한 하 의원의 비판을 받아들인다면, 하 의원은 진짜 전향에 성공한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586스러운 정치행태를 보이는 것인가.
하 의원은 "(자신은) 현존하는 정치인 중에서 가장 미래세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대화가 되는, 미래 코드를 아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며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젠더갈등 해소에 국력 모아야... 여성가족부 폐지가 그 조건"
- '이대남'과 '이대녀'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실을 오도하는 게 있다. 지금 현상적으로는 갈리는 건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다. 그 근본적인 대립은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걸 인정하느냐, 부정하느냐에 있다. 우리 꼰대들이 몰랐던 게 뭐냐면, 2030세대에게는 가장 주요한 갈등이 젠더갈등이라는 사실이다. 그걸 덮어놓고 있었고 부정하고 있었는데, 이제 객관적인 여론조사로 확인이 됐다.
젠더갈등을 다 인정하고 이걸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로 논쟁을 해야 한다. 오히려 젠더갈등(의 존재)을 부정하는 사람이 문제다. 나를 포함해 우리가 젠더갈등을 조장한다고 그쪽에서 주장하는 이유는, 그들이 젠더갈등을 인정 안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젠더갈등은 굉장히 만연해 있다. 더 조장할 게 무엇인가? 인정하고 해법을 찾는 게 생산적인 대화의 시작이다."
-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젠더갈등을 어떻게 해소하고 완화할지를 고민하는 게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일 텐데, 그 대안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대안인가? 당내에서 윤희숙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거리를 뒀고, 조수진 의원도 페이스북으로 비판했다.
"여성가족부가 할 일이 아직 남아있다고 보는지 아니면 할 일이 없다고 보는지에 따라 갈리는 것 같다. 유승민 전 대표도 나와 비슷한 입장인지 모르겠지만, 여성가족부는 이제 졸업할 때가 됐다. 정부 부처들은 노동·복지·안보 이런 식으로, 기능별로 편제돼 있다. 여성가족부만 기능이 아니라 대상으로 편제돼 있다. 과거 우리 한국 사회가 남녀차별이 심했기 때문이고, 여성가족부의 원래 존재 목적이라는 건 모든 부처에 남녀평등의 인식을 심고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목적을 다하면 없애는 게 순서다. 존재한 지 20년이 넘었잖은가? 여성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성노동은 고용노동부에서, 여성복지는 보건복지부에서 다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에 전파하려고 했던 건 다 끝났다. 저는 문재인 정부 이전에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남아있으면 불필요한 일을 한다. 공무원들 월급 받아야 하니, 필요 없는 인력이 있으면 뭔가 자꾸 만든다. 여성가족부가 젠더갈등 조장부가 돼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