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6일, 서울 합정 정치사회서점 정치발전소에서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 첫회가 시작됐다(총8회). 서복경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모습.
김대현
합계출생률 0.84명으로 OECD 가입국 중에서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2020년 통계청), 반대로 자살률은 높은 나라. 서 대표는 이 '0.84'라는 숫자는 "내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공감대"를 나타내는 숫자라고 해석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서 대표는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달성한 경제성장, 정치사에 남을 만한 대사건이 10년 단위로 일어나는 정치변동의 역사 속에서 이유를 찾는다. 격렬한 사회변화 속에서 시민들은 실존적 불안을 느끼고, 이 존재론적 불안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는 잦아들 줄 모르고, 지구는 시름시름 앓으며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생계위기와 돌봄 사각지대가 늘어나는 가운데 거기 사는 시민들의 '멘탈'이 멀쩡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참고할 사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거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 사례를 빠르게 배워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해법은 다른 사회에 있지 않다. 좋든 싫든, 우리가 선 이곳에서 활로를 찾아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동네마다 정책 실험하고 검증하는 '작은 민주주의'
서복경 대표는 지방정부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주거기본조례와 기후위기조례에 주목한다. 중앙에서 법을 만들면 이에 따라 조례가 만들어지는 기존 방식을 뒤집은, 역발상으로 지방에서 먼저 실험이 시작된 사례들이다.
전북 전주시에는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저렴하게 장기임대주택을 빌려주는 '주거복지 지원 조례'가, 서울 구로구·도봉구 등에는 청소년에 생리대를 무료로 나눠주는 조례(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조례)가 있다(관련 기사: 구로구는 생리대 준다는데, 우리동네는 왜 안돼? http://omn.kr/1trxh ). 전주시는 지난해 3월10일, 전국 최초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 지급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방정부들이 발 빠르게 조례를 제정하고 집행하는 동안 중앙정부는 아직 주거기본법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본법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 격차는 시민과 보다 밀접하고 더욱 작고 유연한 지방정부 차원의 '작은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