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소연
- 두 달 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선 대선 출마가능성을 묻자 "질문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가 경선에 뛰어들었다. 원래 뜻이 있었나 아니면 마음을 바꿨나.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있었다. 첫째, 경선에 나온 분들 가운데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그 해법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둘째, 우리 강원도에선 민주당 지지가 서울과 부산보다 더 심하게 무너져버렸다. <강원일보>에서 '차기 지사 후보로 누가 좋냐'는 여론조사를 했는데 쇼킹한 결과가 나왔다."
- 1위가 누구였는가.
"김진태 전 의원. 그런데 대선만이 아니라 (내년 6월 예정인) 지방선거까지 보면, 강원도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싹쓸이 당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 강원도뿐만 아니다. 전국적인 분위기다."
- 출마선언 당시 민주당이 위기에 처한 원인을 '국민들이 부여한 불평등·불공정·빈부격차 해소 임무를 해내지 못해서'라고, 그 원인을 '당의 귀족화'라고 진단했다.
"우리가 촛불을 길바닥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들었다. 그때 요구사항이 바로 불공정과 불평등·빈부격차 해소다. 청년들이 제일 절규하는 문제다. 국민들은 우리에게 이걸 해소하라고 의회·행정권력을 몰아줬지만 못 해냈다. 제가 변방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나쁜 의도나 게을러서가 아니다. 예산 집행, 법과 제도를 만드는 방식, 국가운영 등을 모두 '하던 대로' 하고 있다. 과거 방식을 답습한 채 과감히 뒤집지 못하니까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다."
- 요즘 정치권에서 불공정과 불평등은 많이 말하지만 빈부격차란 표현은 잘 안 쓴다. 용어 선택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흔히 (빈부격차보다는) 양극화라고 하는데, 추상적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양극화일 수 있고, 남녀 간 불평등일 수도 있고... (현재 사회 문제를 표현할 단어) 하나를 고르라면 빈부격차가 가장 정확하다.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정확히 규정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야 해법에도 정확히 접근할 수 있다."
- 결국 본인이 생각하는 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빈부격차 해소'인가.
"그렇다. 빈부격차가 우리 사회의 기저질환이다. 거기에서 드러난 현상들이 불공정, 불평등, 언론개혁, 검찰개혁, 반페미니즘 문제, 혐오현상 등이다."
"빈부격차가 우리 사회 기저질환... 일자리로 풀자"
- 그 해법으로 '고용국가'란 비전을 내걸고 '취직사회책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금융기관, 대기업 등등 우리 사회에서 돈은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국민에게는 돌아가고 있지 않다. 월급이 적다. 복지는 2차 분배이고, 월급이 1차 분배인데, 비율로 보면 100대 1정도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평균이 월 400만 원 버는데, 복지비용은 월 4만 원 꼴이니까. 지금 대선 국면의 논쟁이 전부 복지에 맞춰져 있는데, (핵심에서) 벗어났다. 1차 분배, 노동소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한국은 '영업이익 국가'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얼마라고 보도하지 않나. 그런데 영업이익이 늘어난다는 건 인건비가 줄어들고, 신규채용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IMF 외환위기 전에는 대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고용하는가'로 경쟁했다. 다시 그렇게 변해야 한다. 취직사회책임제를 제안한 이유다. 신규채용을 하면, 1인당 월급 100만 원을 지원하겠다. 강원도의 경우 1만 명을 목표로 신청을 받았는데 6월 11일 기준 1만 7789명이 신청했다. 이 가운데 747명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다.
원래 '강원 일자리 안심공제'를 먼저 했다. 이른바 '겐트 시스템(Ghent system)'이다. 예를 들어 기자가 월급의 15만 원을 내면, 회사가 15만 원, 강원도가 20만 원을 내서 총 50만 원을 5년간 3000만 원을 적립한다. 만기 때 수령할 수 있고 직장을 잃거나 이직할 경우 일시금 또는 분할로 수령 가능하다. 현재 가입자가 1만 명을 넘었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근로자 92.9%, 사업주 94.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도내 기업 중 영세하고 월급이 적은 곳이 많다 보니 이직율이 높았다. 그런데 2017년 제도 시행 후에는 고용 유지가 축적됐다. 지난해 9월 기준 강원도 전체 이직률은 4.8%인데, 안심공제 가입자의 이직률은 0.6%다. 또 강원도 전체 타시도 이동률은 4.3%이지만 안심공제 가입자는 0.5%에 불과하다. 연도별로 봐도 2018년 안심공제 가입자 이직률은 5.6%로 도내 전체보다 높았는데 이듬해 2.7%, 2020년 9월 기준 0.6%로 점점 줄어들더라. 이걸 바탕으로 올해부터 취직사회책임제를 시행했다."
- 취직사회책임제 지원 대상 기준은?
"전혀 없다. 대기업도 좋고, 1인 기업이나 자영업자도 상관없다. 아무런 규제 없이 취직만 시켜주면, 월급 중 100만 원을 도에서 책임지고 있다."
- 고용을 보조한다는 의미인가. 정의당에선 돌봄 등 공적 서비스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국가일자리책임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건 국가가 채용하는 방식이다. 전부 다 세금으로 나가는 방식이라 작동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취직사회책임제는 저희(정부)가 100만 원을 지급하면, 기업에서 200만~300만 원을 함께 책임을 진다.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기 보다는, (민간과 공공이) 같이 가야 한다."
- 부동산 문제도 심각하다. 대선주자로서 어떤 해법을 고민 중인가.
"근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 때문에, 권력과 문화 때문에 서울로 몰려서다. 기업들을 다 지역으로 옮기되 법인세를 깎아주고, 심지어 상속세도 면제시켜주자. 외국은 일정 기간 일정 규모의 고용을 유지하면 상속세를 대신하도록 하는 곳이 많다. 풍부하게, 과감하게 기업들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면 땅값 오를 이유가 없다. 집값 상승 요인이 있는데도 무조건 규제만 하니 풍선처럼 (규제하지 않은 곳에서 부작용이) 터지는 거다."
- 또 다른 대선주자, 양승조 충남도지사도 비슷한 정책을 제안하면서 '3기 신도시 건설과 광역철도 확충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한다'고 반대했다. 동의하는가.
"그렇다. 지금은 서울에 집중해서 인프라를 깔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또 서울로 모인다. 교통, 건축, 문화, 교육 등을 지역에 투자하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교육의 경우 '전국 평준화'라고 하지만 실상은 '허위 평준화'다. 지역에 있는 명문 중고등학교 다 없애고 서울 강남으로 모아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지방소멸이 이뤄지는 군 단위마다 명문고를 부활시키는 문제도 본격적으로 토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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