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역시 골프 사랑으로 유명하다.'재벌은 뭔가 다른 방식으로 스윙 연습할 줄 알았는데, 세탁소 옷걸이 투혼... 골프 앞에서는 다 똑같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용진
실력과 상관없이 남녀노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운동
나는 골프를 치던 엄마의 권유로 20대 때 처음 골프를 배웠다. 비즈니스를 잘하려면 골프를 배워야 한다면서 엄마는 골프 회원권까지 선물해 주셨다. 요즘이야 MZ 세대도 즐기는 흔한 운동이 골프라고 하지만 그 시절만 해도 취미 골프를 치는 또래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엄마 손을 잡고 골프장에 가면 대부분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이었다. 내가 라운딩 중 스코어에 신경 쓰면, 프로님은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치는 일에만 신경 쓰라고 조언했다.
훌륭한 조언 덕분에 구력은 저절로 쌓여갔지만, 실력은 만년 백순이에 머물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땐 잘 쳐야 할 이유나 목표 설정이 없으니 실력이 늘지 않았다. 재미가 없어지니 결국 연습도 안 하게 됐다. 무엇보다 골프를 통해 인생의 통찰력을 배울 수 있는 역량이 내겐 부족했던 것이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됐을 때, SNS 발달과 함께 2030 골프 동호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호회라는 곳에 가입했고, 운영진까지 맡으면서 업체로부터 값비싼 골프 용품까지 협찬받았다. 또래들과 같이 운동하고 놀면서 협찬까지 받으니 마치 셀럽이 된 듯한 기분과 함께 어찌나 신나던지.
하지만 그러한 재미도 잠깐, 무분별하게 받는 협찬 제품들이 내가 정말 필요로 하는 물건인가? 이러한 삶의 모습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인가? 자문하는 순간이 왔다. 그러자 이내 나의 관심사는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고 '집콕'하며 작가 모드로만 살게 됐다. 처음에는 이 순간이 천국인가 싶었지만, 이내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생은 돌고 도는 회전목마와 같고,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니 예전에 입던 옷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2020년 말쯤, 나는 다시 먼지 쌓인 골프 클럽을 꺼내어 첫 스승인 KLPGA 프로님에게 연락했다. 그리하여 구력 15년 차인 지금도 1:1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나만의 골프 세계관
내가 골프의 매력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골프는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는 깨달음을 얻으면서부터다. 경쟁 상대가 지금 함께하는 동반자가 아닌 과거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골퍼는 모든 면에서 성장한다.
동반자를 경쟁자로 여기는 순간, 상대방보다 잘 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강해져서 실수가 잦아진다. 하지만 상대방으로부터 배우며 즐기자는 마음을 먹으면 스코어가 좋아진다. 전자는 동반자의 미스샷에 안심하며 미소를 짓지만, 후자는 동반자의 나이스 샷에 진심으로 손뼉을 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좋은 동반자가 되면 함께 하는 과정이 즐겁지만, 내가 불편한 동반자가 되면 매 순간 멘붕이 찾아온다. 인생은 어떤 성품의 내가 돼서 사는지가 중요하듯, 골프도 어떤 성품의 내가 돼서 하느냐가 첫 번째 기본기다.
함께 어울리는 동반자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는 긍정적인 생각과 실수도 감싸주는 넓은 마음. 함께 라이(Lie)도 봐주고 자세도 봐주며 진심으로 조언해 줄 수 있는 예쁜 마음의 동반자들과 함께할 때 느리지만 나는 성장했다.
이처럼 인생도 골프도 좋은 동반자를 찾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오늘의 나는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동반자인가? 끊임없이 자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라운딩 중 전 홀에서 미스샷을 날렸다고 기죽어 있어서는 안 된다. 18홀 전체가 새로운 코스로써 한 타 한 타 만회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를 정신력 게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만약에 그날 스코어를 망쳤다고 하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 모든 골퍼가 느끼는 공통점은 집에 갈 때쯤에서야 몸이 풀려서, 제대로 실력 발휘할 수 있는 다음 라운딩을 또 기약하기 때문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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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알기 전보다 알고 난 후, 더 좋은 삶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씁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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