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독서모임토요일 오후, 2시간 동안 줌에 접속해서 읽고 온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신재호
토요일 오후, 비장한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선다. 온라인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테이블 위에는 책과 노트 한 권이 놓인다. 전원을 켜고 줌(Zoom)에 접속하면 창이 뜨고, 하나 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때부터 우리는 책 속의 세계를 눈앞으로 끄집어낸다. 이번에 읽은 책은 유독 난해했다. 다들 그랬다는 반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천천히 퍼즐 조각을 맞추기 시작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다른 회원의 생각으로 채워가며 조금씩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혼자 읽었으면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을, 독서 모임을 통해 용기 내어 발을 내딛는다.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열심히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건넨다. 노트북 전원을 끄며 마음의 평온을 느낀다.
온라인 독서모임과 매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마흔이 되었을 무렵, 길을 걷다 갑자기 숨이 막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뒤로 허무함이 달처럼 차올랐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열심히 앞만 보며 달렸다. 나의 세계는 가족, 회사, 친구가 전부였다.
일에 더욱 집중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셔도 무력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때 우연히 회사 책장에 꽂힌 책을 읽게 되었고, 지인의 권유로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누며, 글을 쓰고 싶은 갈증이 생겨 온라인 매일 글쓰기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