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디자인의 전형적 공식을 깨뜨린, 베르너 판톤의 작품 '판톤 체어'
일러스트 백두리
- 두 번째는 '조연인 의자'인데요.
"조연인 의자의 대표적인 작품은 핀란드 국민의자로 불리우는 알바르 알토의 '스툴 60'이에요. 핀란드는 교육제도가 워낙 유명하고 위대한 평민을 길러낸다는 가치를 지향하는 나라인데, 이 의자가 보여주는 평범함이 그것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핀란드를 여행하다 보면 집, 학교, 도서관 등 어디서든 '스툴 60'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저는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인 이 의자를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 일상 속에서 사용하며 자라나는 핀란드 아이들에게 이 의자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해요."
- '의자가 아닌 의자'로 넘어가 볼까요?
"도예가 이현정이 만든 의자들은 정말 독특한데요. 보통은 도면을 그리고 정확한 치수에 맞게 구조화시킨 다음 의자를 만들게 되거든요. 그런데 도자기는 가마에 들어간 다음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거고 간혹 유약이 흐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이런 부분이 매우 불안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기존의 틀을 깨고 이현정 작가의 자유분방한 캐릭터가 의자에 녹여진 것이 아닐까 싶어요."
-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의자'도 궁금해집니다.
"이 의자들은 만들어진 당시에는 그렇게 명성을 날리지는 못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그 의미가 되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대표작으로는 디자인 분야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을 알렸던 '멤피스의 의자'와 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가 있습니다."
- 다섯 가지 의자 중 마지막인 '질문하는 의자'는 어떤 의미일까요.
"'질문하는 의자'는 저에게 다음 책을 집필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준 아주 특별한 의자입니다.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온 친구들에게 '이미 훌륭한 의자들이 충분히 나와 있는데 너희들은 도대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니?'라고 말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판보 레멘첼의 '24유로 체어'를 보면서 제 생각은 사뭇 달라졌어요. 예를 들어, 바우하우스에서 디자인한 의자를 디자인 공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만들 수 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시스템은 기존의 디자인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시대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글을 쓰는 동안 함께 여행하며 길벗이 되어준,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저에게는 2000년생 딸이 있는데 이 아이가 대안학교를 나왔어요. 졸업 이후에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딸을 보면서 엄마로서 저도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마침 제가 2019년에 연구학기를 하면서 딸과 함께 여행을 가게 됐고 그때 이 책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더불어 딸과 함께 딸의 인생과 진로에 대해 깊이있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죠.
이 책에 의자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한 계기도 바로 딸 때문인데요. 어느 날 레더백 체어 사진을 걸어놓고 글을 쓰던 제 옆에서 딸이 스케치하듯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아 저거다' 싶었어요. 물론 편집 과정에서 백두리 선생님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하긴 했지만, 제 책이 나오는 데 딸이 일정 부분 공헌한 셈이죠."
앉지 마세요 앉으세요 - 디자이너에게 듣는 스물여섯 가지 의자 이야기
김진우 (지은이),
안그라픽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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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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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집에서... 의자를 다시 보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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