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희망씨에서 급식비지원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뻘벗학교 방문했을때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김은선.
김은선
김은선은 희망씨의 초기멤버다. 현재는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희망씨는 노동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아동청소년지원 나눔연대 법인이다.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나눔연대·생활문화연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일터와 삶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가족캠프, 아버지 학교, 네팔 아동 자매결연 사업을 위해 네팔 여행 프로그램이 있었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위기가정 지원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공공기관, 복지관이 다 문을 닫자 갑자기 형편이 안 좋아진 사람들이 어디에 가서 상담하고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모를 때 희망씨의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미등록자녀를 둔 한국인 아버지가 지역의 주거복지센터를 통해 희망씨에 오셨어요. 상황이 너무 안 좋았어요. 그분의 건강 상태와 수입만 봐도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는 처지인데 자녀들이 미등록자이다 보니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안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예요.
국적을 취득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데 그게 안 되어 있어서 난감한 처지였죠. 그때 저희 희망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초스피드로 국적을 취득해 줬어요. 국적을 취득하고 나니 그다음 문제는 일사천리로…(웃음) 코로나19 때문에 상반기에 쓸 가정지원 사업비가 다 소진될 정도로 이와 같은 사례가 많았어요.
다음으로는 산재 가정 지원사업을 하고 있어요. 산재를 당하면 산재 당사자에게만 집중하잖아요. 그 가운데서 가족이 소외되고 있어요. 가족이 겪는 엄청난 상실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도와야 하는데 이게 빠져있어요. 올해는 산재 가정을 돕는 지원 시스템을 연구하는 사업도 하고 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돕는 일, 이 일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 아닌가. 정부 기관은 문을 닫고, 대면 접촉을 꺼리니 민간 기관에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해도 정부의 안이한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K방역 운운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 뭐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은 차고 넘치는데.
'매월 시민들의 쌈짓돈에서 나오는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민간단체가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일하는 게 맞나?'하는 의구심과 불만의 눈빛으로 김은선을 쳐다보자,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게 없어요"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 진행했던 '아버지학교'라는 프로그램에서 받은 감동적인 일화를 이야기했다.
"B지역에 계신 어느 남성분이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을 신청하셨는데 그분의 자녀가 시각장애인이었어요. 장애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보지 않아서 고민이 되었어요. 장애인 활동을 하는 분과 의논을 하고 비장애인 아이들도 다 같이 눈을 가리고 아빠 손을 찾은 프로그램을 했어요. 열 가족이 참여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아빠 손을 찾았어요. 아빠들은 너무 놀라셨고, 감동 받았다고 했어요.
저녁에 캠프파이어 할 때는 아빠와 이런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는데 아빠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해요. 나중에 아빠들만 따로 모아 이야기를 했어요. 아빠들은 그동안 남편, 아빠, 아들로만 살았지 나를 돌아본 경험이 없었는데 이 기회에 자신을 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서 정말 좋았다고 하셨어요.
이처럼 희망씨가 노동조합과 지역, 노동조합과 청소년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회에서 기득권을 차지하는 남성, 정규직, 임금 인상을 중요시하는 현재의 노동조합 말고, 지역의 청소년과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희망씨가 그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희망씨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하고 우리(희망씨)를 강조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지역과 다른 단체와 연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지역사회에서 안타까운 일은 자신의 단체도 어려우니까 자기 단체만 생각하고 밖으로 못 나오는 일이에요. 그래서 이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엮어서 노동조합과 만날 수 있는 일을 우리가 하려고 해요. 저는 노동조합하고 이 사회를 연결하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가는 모습으로 변해야 하잖아요. 이 상태로는 안 되잖아요. 의식을 바꿔야 하고, 제도를 바꿔야 하고. 그래서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운동의 방향성과 지향을 좀 더 분명히 하고 목적의식을 갖는 활동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한 명 한 명이 이 조직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받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