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은평구 불광동 인근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김원국.
문세경
김원국은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도 부산에서 다녔다. 2003년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다가 전환점이 필요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2004년에 평택환경운동연합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학생운동이 계파싸움으로 가는 게 환멸스러웠어요. 그래서 저는 학생운동 변두리에서 머물다가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졌어요. 부산에는 시민운동 단체가 크게 세 곳이 있었어요. 부산경실련, 부산참여연대, 부산환경운동연합. 저는 자연스럽게 환경운동연합에 관심이 갔어요.
2001년 몽골에 사막화 방지 운동을 하러 갔어요. 황사가 몽골의 고비 사막에서 시작돼 중국을 거쳐 한국까지 날아오거든요. 한국, 일본, 몽골 3개 나라에서 황사 발현지에 나무를 심고 황사가 덜 일어나게 하는 국제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때 사막화 방지 운동을 처음 접하고 환경운동이 나하고 잘 맞는다는 걸 알았어요."
김원국은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다. 특히 소설책을 좋아했다. 소설가로 등단하는 꿈을 꾸었다. 윤대녕과 은희경의 작품을 좋아했고 필사를 했다.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다는 신춘문예에도 도전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의 겉모습은 한눈에 봐도 골방에 쳐박혀 밤새도록 책 읽고, 글을 쓰는 현역 작가라고 해도 믿을 만한 비쥬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글쓰는 사람으로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신춘문예에 도전한 건 20대였어요. 그런데 소설이라는 게 경험에서 우러나와야 개연성이 생기잖아요. 그때는 어려서 그런 개연성을 담지 못했어요. 지금은 환경운동가로 20여 년 살았으니까 환경문제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꿈'을 가지고 산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나 역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으며 살고 있다. 기후위기 때문에 5월에 피어야 할 꽃이 4월에 피고 겨울에 와야 할 눈이 4월 말에도 온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지금 내 꿈은 '4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를 보는 것'이다. 허황된 꿈이 아니길 빈다.
김원국은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다가 대형국책사업에 반대하는 투쟁의 현장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개발을 막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에 소진되어 일을 그만둔다. '문화연대'라는 곳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문화연대에서 활동할 때 제일 큰 이슈가 한미 FTA였어요. 당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라는 큰 연대조직에서 문화연대가 제일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어요. 미행 당하는 활동가도 많았어요. 저는 그때 신혼이었고 아내가 임신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한미FTA 투쟁하느라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바깥으로 많이 돌았던 것에 아내가 불만이 많았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 휴직을 했어요. 6개월 만에 복귀를 했는데 아이 키우면서 활동하기에는 활동비가 너무 적었어요. 잠시 운동판을 떠나서 돈을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문화연대를 그만두었죠. 작은 출판사에 들어갔어요. 마침 그 출판사가 노동운동 선배들이 만든 출판사라 기자들도 활동가처럼 살고 있었어요. 정기적으로 만드는 잡지가 있어서 시민단체보다는 급여조건이 나았어요."
출판사에서 단행본 영업을 맡아 일하던 김원국은 출판사 일은 처음이라 배우면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라는 출판단체에 운동권 출신 선배들이 많았다. 그가 영업을 맡았다고 하자,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고 짧은 기간에 영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편집일도 하고, 정기적으로 잡지를 내는 곳이므로 원고가 필요했다. 필자를 섭외하고 직접 글을 쓰기도 했다.
"활동가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자고 이끌어가는 사람이에요. 그중 하나는 '말'이고 하나는 '글'이에요. 말과 글로 사람들한테 같은 방향으로 가자고 제안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활동가가 있는 거예요. 투쟁이 있을 때는 저항하느라 드러눕고 연행 당한 적도 있지만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돼요. 정말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알고 제안하고 손 내밀고 손잡고 갈 수 있는 사람이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인드로 출판사 영업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이 얼마나 많이 팔리겠다가 아니라, 이런 책은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기 때문에 이 서점에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얘기해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사회 정의나 관점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서요. 활동가로 살다가 책 파는 일을 했을 때 저에게 잘 맞는다고 느꼈던 점은 이처럼 사람을 만나서 설득하고 이끌어내는 지점이었어요."
질문을 던지면 쉴 새 없이 말을 하는 김원국을 보고 놀랐다. 그냥 횡설수설하는 말이 아니라, 논리가 있고, 타당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중간에 말을 끊기가 어려웠다. 김원국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도 주변을 압도할 만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외향적이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하는 일이 많은 활동가에게는 부담스러운 성향이다. 그럼에도 김원국은 그 장벽을 잘 넘었다.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환경운동 활동가가 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