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세균계 의원 모임 ‘광화문포럼’에서 정세균 전 총리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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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짜리 당대표가 실패했다"는 정 전 총리의 한 마디에는 청년정치인에게 맡겨봐야 실패한다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청년정치인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식이 담겨있다.
난 2017년 만 23세에 청년정당 미래당 1기 공동대표를 맡은 이래로 두 명의 청년 후보 선거를 도왔다. 2018년 도봉구의회 선거에 출마한 미래당 김소희(당시 만 33세) 후보와 지난 4.7 송파구의회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미래당 최지선(31세) 후보다. 두 청년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젊은 애들이 뭘 안다고 정치야"라는 말을 들었고, "젊어서 안 된다"는 꼬리표는 두 청년 후보가 공약과 유세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와 별개로 늘 따라다녔다. 정 전 총리의 발언처럼 말이다.
"청년들은 젊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치에서 실패한다"라는 주장은 증명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다. 특히 특정 청년정치인이 실패했기 때문에 다른 청년정치인도 실패할 것이라는 가정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다. 이 가정이 성립한다면 시니어 정치인들도 모두 실패해야 마땅하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진보-보수 진영에서 두루 인정받는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끝은 하야였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부의 결말은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이 구속됐으며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은 현재 수감돼 있다. 특히 박근혜씨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당한 대통령이 됐다.
실패한 시니어 정치인들의 사례가 어디 이뿐일까.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두 전직 시장의 성폭력 문제 때문에 치러졌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시니어 정치인들이 실패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모두 각각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청년정치인에게만 이런 시선이 적용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정치는 원래 '젊었다'
우리나라라고 청년정치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만 26세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군사정부에 맞서 대항마로 두각을 나타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35세, 38세였다. 두 전 대통령은 이후 40대 기수론을 주장했고, 직선제 이후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50대에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정치판이 늙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에서다. 지난 20대 국회가 평균연령 55.5세로 가장 고령이었고, 지금의 21대 국회가 54.9세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서야 국회가 고령화되고 있지만 청년의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장하나 전 의원이 청년정치인으로 주목받았고, 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장혜영, 류호정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청년의원들은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다른 정치인들에게 요구하지 않는 '예의' '신선함'을 기대하고 이들의 실수는 마치 청년정치인 전체의 실수나 실패로 간주되곤 한다. 정치인들이 숱한 실수와 실패를 하듯, 청년정치인들도 실수와 실패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평가는 청년정치인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지 청년이라는 집단 전체에 덧씌워지는 건 불공평하다.
성공한 청년정치인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