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여행은 피부에도 흔적을 남긴다.
조두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할 수 있는 여름은 2015년의 여름이었다. 그 때 나는 더위를 타는 사람이 얼마나 괴롭게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뱃속에 있던 열이 많은 아들 덕분이었다. 만삭 때도 아닌데 유난히 많이 나온 배로 몸도 무거운 데다 열은 왜 그렇게 오르는지. 추운 게 문제지 더운 건 잘 견딘다며 에어컨도 없던 신혼집의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밤을 보냈다.
좋아하는 여름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사소한 부분은 많이 잊혀버렸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어떤 대화를 했는지.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떠난 혼자만의 여행에서 나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열도 많고 땀도 많은 아이가 태어나 처음 맞은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사진만으로는 떠올릴 수 없는 기억들이 있다. 또 말이나 글을 통해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내면의 마음상태 같은 것도 분명 있다. 어쩌다 그 선배와 결혼까지 하게 됐는지 당시의 상태 같은 것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여름을 위한 준비는 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마음으로 뜨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글에 담길 예정이니까. 또 올해 겨울에는 이불 속의 내가 도대체 어떤 상상을 하며 밤을 보내는지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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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시골 출신.
조상신의 도움을 받아 소소한 행운을 누리며 군산에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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