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공주 마곡사 오층석탑키가 크고 홀쭉한 고려시대 전형적인 탑으로 티베트의 라마탑인, 속칭 풍마동을 상륜부(탑 윗부분)에 얹고 있는 탑이다.
김현자
탑 관련 궁금했던 것 또 하나는 시대별 특징이다. 정림사지 오층석탑이나 다보탑처럼 백제 혹은 신라 때 조성된 탑들은 대체로 넓은 편으로 안정감이 있다. 게다가 기단 규모가 크거나 석탑 부자재 개수도 많다. 이런 탑은 고려 시대로 가면서 기단 규모가 작아지는 한편 석탑 부자재 개수가 줄고 홀쭉해진다. 그리하여 조선 시대에는 쇠약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간결해진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처럼 권력자와 관련되어 규모가 매우 큰 탑도 조성되지만.(사진 1.2 참고)
물론 책은 이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전문적인 용어와 위 인용과 같은 탑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녹여 들려준다. 다보탑과 석가탑, 감은사지 동서삼층석탑,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마곡사 오층석탑 등, 각 시대 특징이 잘 드러난 현존 탑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물론 사진을 통해 쉽게 비교하거나 확인하는 등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여하간 분명한 것은 한번 읽은 것으로 우리나라 탑들의 시대적 특징을 한 단락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이해 쉬운 설명이라는 것이다. 실지로 책을 통해 이해한 것을 앞세워 탑 몇 개를 관련 설명을 전혀 참고하지 않고 시대구분을 해봤다. 100% 가까이 맞혔다. 이 책은 탑은 물론 전반적으로 이해 쉽도록 설명한다.
참고로 탑 맨 꼭대기, 즉 상륜부는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의 더운 기후와 연관이 많다. 더운 나라라 파라솔과 같은 거대한 일산(큰 우산)을 쓰는 문화가 있고, 그래서 존중의 대상이 되는 불상이나 탑에도 일산을 씌우는 양식을 따르게 됐다는 것. 이런 일산 문화가 변형된 형태로 중국과 우리나라에 전해져 독자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사찰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사찰을 이루는 모든 것들을 설명하는 책이다. 일주문부터 저마다 다른 규모와 상징의 여러 전각, 탑이나 석등 같은 건축물들, 단청이나 꽃살문, 기둥처럼 건축물의 여러 요소, 법당 안 불상들이나 무늬 등 사찰 구석구석을 설명한다. 그런 만큼 사찰을 여행하는데 좋은 정보가 될 책이다.
불국사 극락전 앞에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복돼지 조각이 지붕 아래 어딘가에 있음을 알려주는 내용의 이색적인 안내문이 있다. 물론 설명에 따라 찾아봤고 특별하게 남고 있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대웅전에 더 많은 동물이 있다. 그런데 몰라서 유심히 보지 못했던 것. 그래서 나름 괜찮았던 불국사 여행이 좀 아쉬운 여행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경주 여행에 앞서 이 책을 만났다면 불국사 대웅전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며, 다보탑이나 석가탑, 분황사지 탑도 그간 보아오던 것과 달리 볼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은 이처럼 조상들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하니 말이다.
궁궐이나 서원 여행에도 꼭 필요한 정보 가득